▲조민철 전북연극협회장, 익산서동축제 총감독

무엇이든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하지만 작금의 시국은 시작만 있을 뿐 끝이 없다. 대선 이후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요란하게 시작됐던 계사년(癸巳年)이 벌써 마무리 단계에 와있는데 정국은 꼬일 대로 꼬여있고 무엇 하나 국민들을 시원하게 해주지 못한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도 기타 정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도 희석과 대안 없는 고성의 대결로 변죽만 울리고, 겨우 합의한 듯 보이던 특검도 시작과 동시에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대선은 공약(空約)을 낳고 지선은 느닷없는 곤궁을 낳는다. 물론 새로운 발상과 참신한 투자처를 발굴해 변별력을 갖춘 공약이 필요한건 사실이지만, 대선은 5년 주기로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메머드급 시한폭탄을 만들어왔고, 지선은 밟으면 터질 지뢰를 곳곳에 설치해 왔다. 더욱이 이 둘이 갖는 공통점은 우리를 실소하게 만든다.

그 시작은 너무도 열성적이고 세상을 다 바꿀듯한 기백이 서려있고 거기에 겸손함까지 갖추고 있다. 친구의 이미지를 넘어서서 상머슴을 자처하기까지 하니 미덥고 기대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만 지나면 상황이 바뀌고 주인 노릇을 하려드니 앞선 모든 기대는 자괴감으로 바뀌고 만다. 4년 또는 5년은 그것을 잊기에 충분한 시간인가 보다. 빤한 전철을 반복하고 있었던 그 오랜 시간에도 여전히 망각의 메커니즘이 온전히 작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기원전의 준왕에 이어 건마국왕, 목지국왕에 이어 백제 무왕까지 도읍을 정한 익산은 2천년 고도로 수많은 역사 유적 자산을 가진 도시이다. 당연히 자긍심과 자부심 속에서 고도를 복원하고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는데 열중해도 된다.

물론 도•농 복합도시라는 특수성을 띤 도시답게 미래를 챙기는 일에도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되겠기에 신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일도 살펴야겠지만 익산의 미래는 오히려 고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내 중심에도 고분이 지천에 널려있는 무덤의 도시 경주가 실천을 통해 웅변했듯이 역사문화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는 일은  굴뚝 없는 성장 기재이고 미래 천년의 먹거리를 개발하는 가장 완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고도 르네상스 사업이 대선 공약으로 채택이 되어 시작점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그저 지켜보는 구경꾼에 머물러있어서는 안될 시점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고도익산의 찬란했던 영광의 시대를 되찾기 위한 모임도 만들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자하는 능동적인 자세를 취해야만 그 시기가 단 1분이라도 먼저 온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익산은 무궁한 역사가 말해주듯 무진한 꿈을 꿀 수 있는 도시이다. 그런데 이웃 부여주민들이 백제문화에 가지는 애정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관심 속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백제로 오늘을 살고 내일을 견인해 가려 한다.

서동의 출생조차 자신들의 땅에서 이루어졌다고 우겨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익산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백제에 관한 것만 따지면 콘텐츠 등 여러 가지로 그들에게 뒤져있다 해도 익산은 선사시대부터 구석기, 신석기, 마한, 백제, 조선에 이르기까지의 엄청난 유산들이 산재해 있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역사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등재의 반가운 소식을 등에 업고 지금 익산은 과거로 달려야할 때이다. 그곳에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끝이 없을 이 시작점이 여러분 발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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