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륵산 심곡사 주지 지문 화평스님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아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갑오년(甲午年)새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익산열린신문 독자 여러분 안 좋았던 기억들은 지워버리고,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 속에 새해를 맞이하셨으면 합니다.
세월은 유수와 같고,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불교에서 흔히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을 의미할 때 겁(劫), 아주 짧은 순간의 시간을 의미할 때 찰나(刹那)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겁(劫)과 찰나(刹那)의 시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겁(劫)이라는 긴 시간동안 끊임없이 생사의 고통을 받고 윤회의 바퀴를 굴리면서 선한 행위로 얻는 선한 과보와 악한 행위로 얻는 악한 과보는 중생의 삶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입니다. 겁(劫)의 시간 속에 우리의 인생살이는 찰나(刹那)입니다. 그래서 무상한 우리의 삶의 본질을 바로 알고, 또 집착하는 삶, 욕심을 부리는 삶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시간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길지 않습니다. 이렇게 길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간은 매우 중요합니다.
삶이 밝은 사람은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하고, 삶이 어두운 사람은 시간이 빨리 지나 갔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어둡고 밝은 사람이라고 할까요?
비천한 집에 태어나서 가난하고 단명하고 모습이 파리하고 되는 일이 없고 천하게 사는 것을 어둠이라 한다면, 부유하고 즐거운 집에 외모가 단정하고 의연하게 태어나면 이를 밝음이라 합니다. 하지만 현상 속에 갇혀 사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은 어둠에서 밝은 데로 가고, 어떤 사람은 밝음에서 어둠으로 가기도 합니다.
우리가 밝은 삶을 살고자 한다면 신(身), 구(口), 의(意)로 선행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사는 사람은 영원히 밝고 긴 시간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촌음의 시간 속에도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양이 있으면 음이 있음을 자각하고 찰나(刹那)와 같이 쏜살같은 삶을 살 것 인지, 아니면 겁(劫)과 같이 긴 삶을 살 것인지 어떤 삶을 살아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본인의 몫인 것입니다.
가끔은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다가 거꾸로 바라봤을 때 내 삶의 모습에서 새로운 모습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며,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차근차근히 준비하며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올 한 해 이루지 못한 소망이 있다면 다음 해에 꼭 이뤄지기를 기원 드립니다.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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