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결과제출 하루 만에 이사회 한방병원 폐원 졸속 결정
37년 간 원광학원 이끌어온 한방병원·한의대 무시 처사 분노
“학교측, 비대위 의견 수용 학생들 학습권 보장 결정 내려야”

원광학원이 한방병원 폐원 등을 골자로 한 ‘한·양방 통합 암 병원’ 설립을 고수하자 원광대 한의대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달 말로 한방병원 폐업을 앞둔 한의대생들은 교실 밖으로 뛰쳐나와 연일 ‘폐원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급기야 동맹휴학을 결정한 학생들은 20일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집회를 열어 ‘한방병원 폐원 반대’를 목 놓아 외쳤다.

학생들은 “이사회는 졸속 의결로 원광대 산본·익산 한방병원의 폐원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교육권 침해를 받은 한의과생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폐원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연일 집회를 이끌고 있는 최건희 비상대책위원장(한의학과 4학년)을 21일 10시 한의과대학 사무실에서 만났다.

-원광대학교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현재 사태에 대해 정확히 말해 달라.

현재 원광대학교의 사태가 시작된 것은 1월 24일에 있었던 원광재단의 이사회에서의 결의내용에 의해 발단되었다.

이사회에서 결정되기 하루 전인 1월 23일 ㈜ELIO&company에게 의뢰한 경영 컨설팅 결과 발표가 있었다.

이 결과는 법인, 병원장, 학장에게만 공개되었으며 그 외 교수, 학생, 병원직원 등 한의과대학 구성원에게는 공개 되지 않았다.

1월 24일 컨설팅 결과 발표 후 하루 만에 긴급이사회 소집으로 익산·산본 한방병원 폐원을 결정하고 한의과대학 및 한방병원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후 내부 논의 및 정보공유 과정을 거치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해 2월 8일 학생 임시비상대책위원회를, 2월 9일 공식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결성했다.
현재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익산·산본 한방병원의 폐원 철회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2월 11일 학생들의 첫 집회를 시작으로 2월 13일 학생총회를 개최해 등록 거부 및 동맹 휴학을 결의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익산 및 전국 각지에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익산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전북한의사회, 익산시한의사회, 경기도한의사회 등 여러 단체에서 학생들의 익산·산본 한방병원 폐원 결정 반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원광학원은 왜 한방병원을 폐원 하려는 것인지.

현재 원광학원이 폐원 결정을 주장하고 있는 근거는 ㈜ELIO&company의 컨설팅 결과를 근거에 두고 있다.

㈜ELIO&company는 익산 한방병원의 수익성을 근거로 폐원을 하고 그 자리에 ‘한·양방 통합 암센터’를 만들어 수익구조를 긍정적으로 바꾸겠다는 결과를 냈다.

그러나 ㈜ELIO&company의 컨설팅 결과는 대학병원의 교육적 기능을 무시한 채 단순히 수익만을 따져서 결정한 내용이며, 한의과대학 학생들(이하 학생들)은 이번 이사회의 결정에 의해 학습권을 피해 받은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움직이게 된 것이다.

학생들도 원광학원 측의 폐원 강행을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원광학원 측에서 ㈜ELIO&company의 컨설팅 결과에 따라 세우고자 했던 ‘통합 한·양방 암센터’는 현재 한의대 측에서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

더불어 ‘통합 한·양방 암센터’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의대 측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침해받은 학습권을 보장하고 한의과대학의 발전적 대안을 촉구하며, 임상실습과 임상수업 등을 온전히 실행되기 위해 익산 한방병원의 폐원을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의과대학 학생들이 동맹 휴학을 했는데.

2월 14일 오후 1시,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멀티미디어실에서 전체 재학생 436명 중 352명이 참석해 학생총회가 개최됐다.

동맹휴학의 투표결과 찬성 331명, 반대 19명, 기권 2명으로 참석자 중 94.03%의 찬성으로 결의했다.

총회에 모인 학생들은 동맹휴학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으며, 이를 통한 재단 측의 익산·산본 한방병원의 폐원 철회,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한의과대학의 발전적 대안을 촉구했다.

-최근 성명을 발표했는데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익산·산본 한방병원은 원불교 제생의세의 이념에 입각해 한의과대학 학생 및 전공의의 교육과 임상실습을 위해 필요한 공익 목적의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이번 폐원 결정은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들의 교육권을 짓밟는 처사다.

이름은 ‘한·양방 통합 암센터’이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의대병원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의대병원으로의 흡수통합이다. 이 결정은 명백히 한방병원의 폐쇄로 규정할 수 있다.

한방병원의 폐쇄는 한국의 민족의학인 한의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이며, 이를 한의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의무가 있는 후손으로서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한의대 소속의 학생, 교수진 및 재단관련 자가 동석한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

-정세현 총장과 면담 내용은.

학교는 오는 28일 한방병원 폐원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다. 현 총장의 재임기간인 2014년 내에 반드시 병원 통폐합 사업을 완료하고자 한다.

학교의 주 구성체인 학생들이 제외된 컨설팅의 진행 과정을 단지 대학 내 정보 공유의 문제로만 돌리는 학교의 무책임한 태도, 총장의 ‘원광대의 의・약학계열 학과 교수들은 학교 발전을 위해 아무런 의지도,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언급에 대해 비대위는 교수에게 책임 전가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의구심이 들었다.

비대위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 받는 일에 대해 원광대학교 총장에게 제안서를 보냈고, 현재 총장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화 조짐이 보이는데 앞으로 대책은.

원광학원 측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익산·산본 한방병원을 먼저 폐원시키려고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 비대위 만의 결정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향후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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