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혼자 일방적 결정 40년 전통 축구 명문 맥 한 순간 물거품
전학 갈 경우 3~6개월 출장 정지 사실상 선수 생명 끊길 위기

갑작스런 축구부 해체소식을 접한 이리동산초 축구부 학부모들이 25일 오후 2시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꿈을 지켜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창수 기자

24일 축구부 해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이리동산초 축구부 학부모들은 25일 하루 종일 일손을 놓은 채 망연자실했다.

선수 14명의 어머니와 아버지로 구성된 학부모회(회장 양병모)는 25일 오후 2시 대책 마련을 위해 학교 운동장에 모였으나 서로 말을 잇지 못하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교장 혼자 독단적 결정으로 도교육청으로부터 해체 통보를 받은 이들 학부모는 교장을 원망하는 목소리를 높이더니 금세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들이 한 숨 짓는 것은 일반 학부모들처럼 아이들의 장래 때문. 지금 당장 축구부가 해체될 경우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하는데 타 지역은 6개월, 도내는 3개월가량 경기에 출전을 할 수 없다.

대부분 5학년으로 내년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이들로서는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는 셈이다.

중학교 진학 스카우트 결정이 1학기인 5~6월 마무리되기 때문에 ‘축구선수의 꿈’을 접어야하는 운명이다.

양병모 회장은 “축구부 해체가 우리 학부모회가 요구했던 지난해 11월 쯤 결정됐어도 축구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느냐”며 “세상에 아이들의 꿈을 지켜줄 배움의 터전에서 오히려 산산조각 내는 행태를 보면서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고 분개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축구부 코치 때문에 일어났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취임한 A전담코치는 선수들을 심하게 다루는 바람에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하고 대립각을 세웠다. 학부모회는 A전담코치를 두둔하는 교장과도 의견충돌을 빚었다. 급기야 A코치는 교육감에게 학교 축구부 실상을 알리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학부모회는 이 탄원서가 축구부 해체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고 믿고 있다.

학부모회는 24일 새 학기를 앞두고 축구부를 새롭게 출발시키기 위해 감독 공개모집 등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러 도교육청에 갔다가 축구부 해체라는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학부모회는 “교장이 2월 6일 축구부 해체 결정을 내려놓고, 2월 14일 금석배대회 출전을 시킨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어떻게 학교 책임자인 교장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축구부 해체를 결정하고 지금까지 속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교장은 출장을 가는 바람에 학부모회와의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들 학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40년 전통의 축구부가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며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다. /조영곤 기자

조영곤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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