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정보작명연구원장

고려 초기 문신인 곽여의 아버지는 곽상(郭尙)이다. 꿈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 여(輿)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자는 꿈속에서 이름을 얻었으니 몽득(夢得)이라 했다. 어려서부터 맵고 냄새나는 채소를 먹지 않았으며, 여러 아이들과 함께 놀기를 싫어하고 항상 방에서 학문에 힘썼다.
과거에 급제해 내시부 합문지후를 거쳐 홍주목사(洪州牧使)로 나가 홍주를 다스렸다. 성 바깥 시냇가에 작은 암자를 짓고 장계초당(長溪草堂)이란 이름을 붙이고 공무의 여가만 있으면 매양 그곳에 가서 휴식을 했다. 임기가 차서 돌아와 예부원외랑이 됐다가 사직하고 김주(金州)의 초당에 은거했다.
1105년 예종이 즉위하자 세자일 때 사귄 정으로 불러 궁중 순복전(純福殿)에 있으면서 왕의 스승으로 담론(談論)에 응했다.
이에 사람들이 그를 금문의 우객 신선이라고 했다. 송나라로 사신가는 왕자지(王字之)와 문공유(文公裕)를 위해 자기 별장에서 전송하는 연회를 차리고자 왕에게 청했더니 왕이 주과를 내렸다. 정도에 지나치게 성대해 당시의 여론이 비난하기도 했다.
그 뒤 그가 궁중에서 물러가서 은거할 것을 요구하자 왕이 성동 약두산 봉우리에 거처할 집을 짓게 했다. 그는 호를 동산처사(東山處士)라 하고 거처하는 방을 허정당(虛靜堂), 서재를 양지재(養志齋)라 이름 지었다. 왕이 친히 편액을 써서 하사했다.
예종은 어느 날 산재에 미행했더니 곽여가 마침 성 안으로 올라가고 없었다. 왕은 한 순간을 배회하다가 벽에 시를 적어 놓고 돌아온 일도 있다. 종신토록 결혼하지 않았으며 산재에서는 다만 비첩(婢妾)만 데리고 있었다. 그는 몸이 부대하고 수염이 없었으며 눈은 구슬 같았다.
도교, 불교, 의학, 약학, 음양설에 관한 서책을 독파했다. 곽여는 72세에 세상을 떠났다. 왕은 부고를 받고 정지상에게 비문을 지어 비석을 세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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