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옆 폐기물공장으로 시름하는데 또 건립 움직임
“건강해치고 농사 망쳐 죽으라는 소리” 길 막고 농성

25일 오전 10시 30분 왕궁면 온수리 556번지 앞 농로. 주민 20여명이 길을 막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G환경이 건설폐기물재처리공장을 세우려고 공사를 시작하자 단체행동에 나선 것.

온수, 오룡, 남사, 입석, 쌍정, 고려온천APT, 금오농장, 익산농장 등 8개 마을 2천여 주민들은 생업을 뒤로한 채 17일부터 열흘 가까이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주민들은 “1993년 온수마을에서 동쪽으로 50m가량 떨어진 곳에 D환경이 들어선 후 23년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D환경과 같은 업종인 G환경이 온수마을에서 서쪽으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마을 전체가 먼지 통에 둘러싸여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라고 결사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폐아스팔트, 폐콘크리트 등의 건설폐기물을 잘게 부숴 사리부설로 만드는 D환경 공장에서 희뿌연 돌먼지가 시도 때도 없이 날려 빨래도 못 널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비오는 날엔 공장바닥 돌가루가 도로로 흘러나와 진흙탕길이 되고, 사리부설을 실어 나르는 대형트럭에서 돌덩이들이 도로로 우수수 떨어져 길 지나기도 무섭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 “G환경마저 들어서면 주민건강을 해칠 것은 자명할 뿐만 아니라 블루베리·인삼 농사에 소, 돼지 등 가축사육도 망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특히 “G환경 대표 김모 씨는 D환경 대표를 지낸 인물”이라며 “두 회사가 이름만 다를 뿐 같은 회사인 것 같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트랙터로 공장부지 입구를 막고 천막농성을 벌이는 주민들은 대책위까지 꾸려 장기대응에 나설 태세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제발 숨 좀 쉬고 살자, 지금도 죽겠는데 신축? 차라리 다 죽여라’라는 붉은 현수막을 내걸고, 농성장 앞길에 ‘죽음의 선’이라는 무서운 글귀도 써놓았다.

25일 오전 레미콘, 펌프카 등을 몰고 와 공사를 감행하려던 G환경은 “나중에 피해가 있으면 보상해주겠다”고 회유하면서 “공장 차량 진출입을 막으면 고발조치하겠다”고 으름장도 놓으며, 완강하게 버티는 주민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돌아갔다.

24시간 철야농성도 준비하고 있는 주민들. 23년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낯빛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쓰여 있다.

/우창수 기자

오른쪽 공장부지. 업체는 공장 차량 진출입 통행에 지장을 주면 고발조치하겠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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