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벼슬 지낸 선조들 묘 3기 파헤쳐지고 부장품 털려
익산경찰 흙 묻은 양말 등 발견 정밀검사 “범인검거 최선”

함창김씨 33대손 김희준 씨가 도굴된 흔적을 가리키고 있다.

“조상 7분이 잠들어 있는 묘 3기가 도굴꾼에게 습격당해 귀중한 부장품들이 도난당했네요. 묘를 잘 보살피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해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습니다. 경찰에서 하루 속히 범인을 잡아서 조금이나마 죄송한 마음을 덜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1일 오전 9시 왕궁면 온수리 왕궁남초등학교 뒤편 선산을 찾은 함창김씨 종중 6명은 시제를 드리던 중 훼손된 조상 묘를 보고 망연자실했다.

묘 3기 모두 봉분 아랫부분 한 귀퉁이의 잔디가 두부처럼 네모반듯하게 잘려져 살짝 얹혀 있는 등 무덤을 파헤친 흔적이 남아있었던 것.

묘 앞에는 오래된 큰 묘갈(墓碣)과 석상(石床), 향로석, 망주석, 석인(石人)이 세워져 있어 한 눈에도 벼슬을 지냈음을 보여준다. 도굴꾼의 표적이 되기에 충분한 형태.

함창김씨 33대손 김희준 씨(62)는 “묘 3기에는 20~22대 조부, 조모 7분을 합장해 모셨다”며 “통덕랑 적순부위, 선무랑 광흥창주부, 통덕랑 생원 등 조선시대 벼슬을 지내신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묘 3기가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 조성됐다. 모두 부장품을 시신과 함께 매장하는 풍습이 있던 조선시대에 만들어져 도굴꾼이 부장품을 노리고 무덤을 파헤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옛날부터 근동에서 큰 부잣집 묘라고 소문났다. 명당자리여서 지금까지 이장 한 번 안해 부장품이 그대로 남아 있었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우리집안 내력을 잘 아는 도굴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익산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은 묘 3기 모두 파헤쳐진 것을 비춰볼 때 부장품을 노린 도굴꾼의 소행으로 보고 검거에 나섰다.

강력계 팀장은 “도굴 흔적이 불과 며칠 전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범죄 유형을 토대로 탐문을 펼치고, 인근 CCTV(폐쇄회로 화면) 등을 조사해 도굴꾼을 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출동한 과학수사대(CSI)는 묘 주변을 샅샅이 뒤져 풀숲에서 흙 묻은 양말 한 켤레와 가로세로 약 1m 길이의 흙 묻은 정사각형 검은 망을 발견해 정밀감식에 들어갔다.

함창김씨 종중은 “아무리 세상이 험하더라도 조상 묘를 파헤쳐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하나. 하루빨리 도굴꾼을 잡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우창수 기자

익산경찰서 과학수사대가 도굴흔적 사진을 찍고 있다.

풀숲에서 도굴꾼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흙 묻은 양말을 발견했다.

흙 묻은 양말과 물병

과학수사대가 흙 묻은 사각형 검은 망도 발견,  치수를 재고 있다.

과학수사대가 흙 묻은 사각형 검은 망도 발견,  치수를 재고 있다.

도굴당한 묘 3기.

경찰이 묘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함창김씨 종중(가운데)이 경찰의 수색을 바라보고 있다.

400년 전에 세워진 묘갈이 잘려져 있어 한 눈에도 오래된 무덤으로 보인다.

400년 전에 세워진 묘갈이 잘려져 있어 한 눈에도 오래된 무덤으로 보인다.

원형 그대로 보존된 묘갈과 석상, 향로석. 묘갈이 위로 갈수록 넓은 비대칭이다.

자손 번창 의미를 담아 성인 키 높이로 거대하게 세운 망주석.

문신 모양으로 만든 석인도 성인 키 높이만큼 거대하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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