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기름 볶는 기계·고추 빻는 방아 등 ‘추억박물관’
유근우·권봉순 부부 인정까지 대이어 중년들도 발길

동네 사랑방처럼 인정이 오가는 이곳은 ‘정읍기름집(☎857-5648).’ 인화동 제일병원 뒤 구시장에 ‘정읍기름·제분소’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가게다.

이곳은 근동에서 가장 오래된 기름집. 맨 처음 정읍에서 온 사람이 문을 연 후 지금의 유근우·권봉순 부부까지 주인이 세 번 바뀌었다.

세 번째 주인인 권봉순 씨 부친이 20년 동안 운영했던 것을 감안하면 정읍기름집의 역사는 족히 70년은 되고도 남는다.

대를 이어 7년째 가게를 열고 있는 부부는 “부친이 하시던 일을 옆에서 보고 자라 익숙하고, 무엇보다 단골 어르신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고맙고, 일도 재미있다”고 활짝 웃는다.

24평에 아기자기한 물건이 가득한 이곳은 일종의 ‘추억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가게 대표 간판격인 ‘기름 볶는 기계’와 ‘고추 빻는 방아’는 예전 것 그대로다.

이 때문에 전통 방식을 좋아하는 할머니들은 이집의 단골. 익산시내는 물론 삼기, 오산, 춘포, 팔봉 등 농촌에서도 찾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군산 대야, 완주 삼례, 김제 백구에서도 먼 길 마다 않고 찾는 할머니들이 심심찮게 많다.

들깨, 참깨, 계피를 한 보따리 이고 온 할머니들은 오래된 솥에서 달달 볶아지는 장면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이집에서 기름을 짜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고추 빻는 방아는 웬만해선 찾기도 힘든 귀한 골동품. 30년은 훨씬 넘었을 것이라는 게 부부의 설명이다.

강한 무쇠로 만든 절굿공이는 묵직하고, 단단한 돌을 파서 만든 절구는 땅에 박고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고정시켜 놓았다.

부부는 “고추가 더 부드럽고 잘게 빻아지기 때문에 할머니들은 물론 중년 분들도 입소문을 들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곡식을 가루로 만들어주고, 떡을 쪄서 팔기도 한다.

곡식 방아 찧는 기계는 오래 돼 새 것으로 바꿨다. 새벽에 만든 떡은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이 또한 맛이 좋기 때문이다.

단골할머니들이 가게 안 마루에 걸터앉아 향수에 젖어 옛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정읍기름집. 구시장의 명소이지만 발길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90여개 상가가 있는 구시장의 부흥을 꿈꾸는 부부는 “시장의 멋은 인정이 넘친다는 것이다. 가격 흥정도 하고 천천히 걸으며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는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라며 “전통시장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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