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 틀자 ‘녹물 콸콸’ 겨울엔 얼기 일쑤 방음 안 되고 5층 비새
도시가스 설치비로 세대당 65만 원 받아 보증금에 합산 편법 저질러

샤워기에서 녹물이 분수처럼 솟구치고 있다. 세수대야에 받은 물이 먹물을 풀어 놓은 듯 새까맣다.

지난 호에는 '의문투성이 분양감정'을 실었고, 세 번째로 '주민 불편 외면 편법도 불사'를 보도했습니다. 시리즈 마지막 편은 '입주민 피해도 모자라 주변 시민 피해 극심'을 다룰 예정입니다. 시리즈 기간 동안 입주민들의 제보를 받을 생각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준공 27년 만에 분양 전환한 ‘동산동 세경1차아파트’의 실상을 입주민들이 낱낱이 공개했다.

수십 년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오면서도 남이 알까 창피하기도 해 꼭꼭 숨겨왔던 민낯을 드러냈다.

주민들은 “제발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고 시설보수를 소리 높여 외쳐도 세경건설은 눈 하나 까딱 않고 외면해오더니 이제는 분양가를 높여 마지막까지 서민 등골을 빼먹으려 한다”며 “기업 윤리의식이 내팽겨 쳐진 세경아파트의 속사정을 고발한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10동 1층에 사는 이모 씨는 건물 아래 여러 가닥으로 나 있는 액셀파이프를 가리키며 “이것이 수도관”이라고 말했다.

건물 내벽에 설치된 금속 수도관이 시커멓게 녹이 슬어 막히자 7~8년 전 세경건설이 궁여지책으로 보일러 관으로나 쓰는 액셀파이프로 수도를 연결했다고 혀를 찼다.

8동 4층에 사는 정모 씨는 “액셀파이프 관이 외부로 노출돼 겨울마다 꽁꽁 얼기 일쑤”라며 “끓인 물로 한참을 녹여야 겨우 쓸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 씨는 또 “3~5층은 수압이 약해 물이 쫄쫄 나와 씻기도 힘들다. 특히 5층은 양동이에 물을 받지 않으면 생활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숨지었다.

집안 내부는 심각했다. 수도꼭지를 틀자 녹물이 콸콸 쏟아졌다. 물을 받은 세수 대야는 금세 먹물을 풀어놓은 것처럼 시꺼멓게 변했다.

정 씨는 “10분 정도는 틀어놓아야 맑은 물이 나온다”며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어 집집마다 정수기를 놓거나 물을 사다가 밥을 해먹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주민들은 “집 대부분 문짝이 뒤틀려 삐걱거릴 뿐만 아니라 아예 닫히지도 않는다. 방음 안 되는 석고보드로 벽을 만들어 옆집소리가 생생히 들리고, 5층은 비가 새는 그야말로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 같은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주민들은 “세경건설이 주민불편을 외면하면서 편법도 서슴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모 씨(10동 1층)는 “10여 년 전 도시가스를 설치한다며 세대 당 65만 원가량의 설치비를 내도록 했다. 익산시가 ‘주민에 비용부과는 부당하다’고 하자 슬그머니 이 돈을 보증금에 합산시켰다”며 “임대사업자인 세경건설이 입주민에게 설치비를 받아 챙겨놓고 법망을 피하기 위해 보증금 합산이라는 편법을 저질렀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지난 8월 26일 세경건설이 최종 공시한 세경1차아파트 임차인 분양가는 49.32㎡(14.9평)당 3천500만 원~4천만 원, 빈집에 대한 일반 분양가 4천300만 원~5천50만 원이다.

전체 587세대 중 283세대에 대한 임차인 우선분양은 9월 말 40여세대가 분양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창수 기자

보도 이후 중간 점검- 주민 비대위 구성 재협상 추진 세경건설 무대응

분양가 20%인하·시설보수 요청 묵묵부답

항의방문·시장 만나 억울함 호소 정부·국회에 민원 강력 대응 밝혀

세경1차아파트 주민들은 9월 중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정영식 위원장을 중심으로 13명의 임원진을 꾸렸다.

입주민들을 대표해온 임차인협의회가 주민의견을 제대로 수렴도 않고 세경건설과 협상에 응해 높은 분양가가 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비대위를 통한 전방위적 협상을 펼치겠다는 것.

비대위는 전체 세대의 절반이 넘는 주민동의서도 받아놓아 ‘주민대표체’라는 명분도 확보했다. 비대위는 아파트 입구에 천막을 쳤고, 외벽에 세경건설을 성토하는 대자보도 붙였다.

비대위는 9월 21일 ▲분양가 20% 인하 ▲불법전대세대 임차인과 같은 분양가 책정 ▲시설보강 ▲분양받지 않은 세대 계속 임대 거주 허용 등 4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공문을 세경건설에 전달했다.

하지만 세경건설은 분양만 추진할 뿐 비대위의 요구사항에 이렇다 할 응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세경건설 분양담당자는 <익산열린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신문사와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 우리끼리 알아서 해결할 수 있도록 참견치 말아 달라”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의 요구사항에 대한 응답을 줄 건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도 “이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겠다”고 고자세를 취했다.

비대위는 세경건설이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조만간 항의방문을 할 계획이다. 또 시장을 만나 억울한 속사정을 털어놓고 행정의 도움도 요청하는 한편 정부와 국회 등에 민원을 내는 등 대응수위를 점차 높여갈 방침이다.

/우창수 기자

수도꼭지를 틀자마자 샤워기에서 시커먼 녹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다.

준공 27년 된 세경아파트 내부의 수도관이 녹슬어 막은 흔적.

녹슨 수도관을 막은 대신 지하에서 액셀파이프를 연결해 집집마다 수도를 사용하고 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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