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정보작명연구원장

근대문학으로서 시조의 품격을 한층 높인 이병기는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에서 연안을 본관으로 아버지 이채와 어머니 파평 윤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호는 친구들이 지어준 임당(任當), 가남(柯南), 가람이다. 가람은 강이나 호수란 말로 순수 우리말이다. 이병기는 “나는 워낙 강호를 좋아한다. 나도 강호와 같은 몸이 됐으면 한다”고 좋아했다. 한자음은 가람(嘉藍)으로 썼다. 아버지는 수우재(守愚齋)를 지어 한학을 가르쳤다.
1910년 관립한성사범학교에 입학했다. 재학 중에 주시경의 조선어강습으로 중고과정을 이수했다. 졸업 후 전주 남양 전주 제2여산(礪山) 공립보통학교에서 교사에 임명됐다. 이때부터 국문학과 국사에 관한 문헌을 수집했는데 후에 4천300여점의 희귀한 자료를 서울대학교에 기증했다.
1921년 권덕규•임경재 등과 함께 조선어연구회를 발기해 간사로 활동했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제정위원과 조선어표준어 사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제줏길에 시조를 발표하면서 시조회를 창립했다.
‘시조란 무엇인가’, ‘시조는 혁신하자’를 동아일보에 발표했다. ‘가람시조집’을 문장사에서 발간했다.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으로 피검돼 옥고를 치르고 이듬해 함흥형무소를 출소해 귀향했다.
해방 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교수와 각 대학 강사로 동분서주했다. 1951년부터 전북 전시연합대학 교수, 전북대학교 문리과대학장을 역임하고 학술원 회원이 됐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어 국문학 논문 ‘별과 사미인곡과 속 사미인곡’을 발표했다.
가람 이병기는 평생 나에게는 란복• 술복• 제자복이 있었으니 ‘삼복지인(三福之人)’이라고 자처할 만큼 난초와 술, 그리고 제자들을 사랑했다.
교육자로서 많은 제자를 길렀고, 고전을 발굴해 고전문학을 저술했다. 한중록, 인현왕후전, 우유당일기 등을 소개하고 국문학개론을 지었다.
김상옥.조남령•오신혜•장응두•이호우 등 시조사단을 이끌 역량 있는 시인들을 발굴했다.
‘가람문선’을 발간한 후 “나에게는 스승이 없었다. 황진이의 시조를 유일한 스승으로 삼고 현대시조를 연구했다”고 했다. 1957년에 국문학전사를 발간하고 귀가 중 뇌일혈로 쓰러져 고향으로 돌아와 요양을 하다가 78세에 별세했다. 학술원 공로상, 국민훈장 문화포장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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