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간병인 얼굴 먹칠 알선기관도 곤혹 인성교육 철저히 해야

한 노인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홀로 밖에 나와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실 A씨의 진짜 걱정은 입원도, 그렇다고 비싼 의료비도 아니었다. 한 달 전 ‘인면수심 간병인’에게 받은 큰 충격 때문이었다.

A씨는 “시내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아버지가 입원하면 간병인을 써야 하는데, 저번처럼 막돼먹은 간병인이 올까 그게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A씨는 기억하기도 싫은 한 달 전 일을 다시 더듬었다. 아버지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가게 일 때문에 평일엔 아버지를 돌볼 시간이 없어 ‘24시간 근무 가능한 간병인’을 썼다. 병실에 있는 쪽지에 간병인 알선기관이 적혀 있어 전화로 요청했다.

몇 시간 후 알선기관의 소개로 병실을 찾은 간병인 B씨는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말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A씨는 철썩 같이 믿고 일터에 갔고, 가끔 병실을 들렀다. 그때마다 B씨는 친절하게 A씨를 맞았다. A씨는 친 언니 같은 B씨의 모습에 아버지를 잘 보살피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며칠 후 A씨는 간호사의 전화를 받고 기겁했다. “B씨가 환자의 사지를 묶어 놓고 간밤에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는 전화였다. 간호사는 “늦은 밤 환자가 고함을 쳐 가 보니 이런 상황이었다”며 “B씨에게 수없이 전화해도 받질 않아 간호사실로 침대를 옮겨 환자를 돌봤다”고 설명했다.

더욱 기가 막힌 건 아버지와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 보호자들의 설명. 이들은 “A씨가 병실을 나간 뒤 B씨의 행동은 말과는 180도 달랐다. 사지를 묶어 놓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고, 갑자기 사라져 보이지 않는 것도 비일비재했다”며 “한 마디로 안하무인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간병인의 충격으로 한동안 가게 일을 접고 아버지를 돌본 A씨는 “인권유린이다. 인면수심이 따로 없다”며 “이번 이후로 간병인을 쓰는 게 겁난다. 봉사심도 전혀 없는 이런 사람이 어떻게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고 간병인을 할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인성부터 제대로 심사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줘야 한다”며 “이런 양심 없는 불량 간병인 때문에 환자 잘 보살피는 선량한 간병인들 얼굴에 먹칠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해당 간병인 알선기관은 “매달 간병인 교육을 하고 있는데, 간혹 ‘함량 미달 간병인’ 때문에 우리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며 “간병이 워낙 힘들어 간병인 수가 많지 않지만, 이런 불량자 명단을 알선기관끼리 공유해 절대 병실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하고, 정기 교육에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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