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에 “땅 팔아라” 편지 웃돈 주며 땅값 상승 부추겨
익산시 개발계획 발표 2주도 안 돼 10만~30만 원 껑충

부송동 신재생자원센터(소각장) 주변 도시(택지)개발사업 부지 전경.

부송동 하나리움아파트 인근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한 부동산업자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땅을 자신에게 팔아 달라’는 내용과 함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리젠시빌아파트 옆에 땅을 소유한 B씨 또한 같은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이들은 편지를 보낸 부동산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세보다 평당 10만 원~20만 원 더 비싸게 사주겠다”는 업자의 솔깃한 제안을 받았지만, 이들은 땅을 팔지 안 팔지 고민 중이다.

익산시가 부송동 신재생자원센터(소각장) 주변 33만1천㎡(약 10만 평)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등 도시(택지)개발사업 추진에 나서자 땅 투기 열풍이 불고 있다.

부동산업자들이 사업 대상 토지주들을 상대로 토지매입 확보 전쟁에 나서면서 땅값이 날개 돋친 듯 상승하고 있다.

현재 도로와 인접한 목 좋은 곳은 평당 260만 원~280만 원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사업계획이 발표된 지 불과 2주도 안 돼 평당 10만 원~30만 원 껑충 뛰었다.

한 토지주는 14일 <익산열린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평당 260만 원에 판다. 비싸면 안사도 된다. 살 사람은 많다. 낼모레 계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자들이 이처럼 높은 값을 주면서 토지매입에 열을 올리는 데는 한동안 멈춘 익산의 아파트 개발이 모처럼 이뤄지기 때문. 투자가치가 높은 아파트 개발이 없어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부동산업자들에겐 이만한 기회가 없어서다.

문제는 부동산업자들의 ‘매입 전쟁’ 후 개발 다음에 있을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다는 것. 오를 대로 오른 땅에 아파트 등이 건립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입주자가 떠안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 개발 붐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익산시는 “이 사업은 환지방식으로 우선 토지감정을 한 후 개발한 다음에 재감정을 해 토지주에게 감보율(공공시설물, 체비지 등)을 뺀 나머지 땅을 돌려주는 방식”이라며 “개발에 따른 수익은 발생하겠지만, 실거래가가 아닌 감정가와 감보율에 의거해 환지해주기 때문에 시민들이 우려하는 큰 폭의 땅값 상승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익산시가 2017년까지 387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 이 사업은 소각장 주변 33만1천㎡에 주거용지(단독주택, 아파트 등 1천750세대)와 상업용지, 공공시설(도로, 공원 등)을 조성하는 도시(택지)개발이다.

2009년 소각장 건립 당시 인근에 공무원 아파트 건립 등을 약속했지만, 익산시가 예산부족 이유로 수년째 미루다가 재추진하게 됐다. 토지주들은 시가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묶는 바람에 재산권 행사를 못해 불만이 높았다.

시는 오는 20일 오후 2시 삼성동사무소 4층 강당에서 토지주와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의견 등을 수렴해 지구지정, 실시설계, 환지비율 등 구체적 사업계획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다.

/우창수 기자

사업대상지.

부송동 신재생자원센터(소각장) 주변 도시(택지)개발사업에 포함되는 부지에 토지주가 매매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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