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정보작명연구원장

한말 역경과 혼란의 시대에 당당히 맞서며 살다간 김병로는 전북 순창군 복흥면 하리에서 태어났다. 사간원정언을 지낸 아버지 김상희(金相熹)와 어머니 장흥 고씨 사이의 3남매 중 외아들이다. 호는 가인(街人)으로 일제 강점기 나라를 잃고 거처할 곳 없는 거리의 사람이란 뜻으로 현실을 개탄하고 독립을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붙이 아호다.
1894년 할아버지 김학수가 세상을 뜨고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이듬해 아버지마저 여의게 됐다. 할머니 박 씨는 집안에 독서당을 만들어 한문공부를 하도록 했다. 김병로는 의서(醫書)와 산서(山書)를 섭렵했고, 중용과 대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1903년에는 유학자 전우(田愚)의 문하에 들어가 한학을 배우고, 담양의 일신학교에서 서양인 선교사로부터 산술과 서양사 등 신학문을 배웠다.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울 방법을 궁리하던 중 최익현이 전북 태인에서 의병을 일으키자 채상순 등과 함께 의병에 가담했다. 창흥학교에 입학해 고광준, 송진우, 장덕수와 교우를 맺었다. 창흥학교를 졸업하고 더 많은 지식을 쌓고자 일본유학을 결심했다.
1910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 전문부 법학과와 메이지 대학 야간부 법학과에 입학해 법학을 전공했다. 주오대학 고등연구과를 마치고 귀국해 경성전수학교와 보성전문학교의 조교수로 형법과 소송법을 강의했다.
1919년부터 경성지방법원 소속 변호사로 활동할 때 독립운동 관련 사건들을 무료로 변론했다. 1923년에는 허헌(許獻), 김용무(金用茂) 등과 형사변호공동연구회를 설립했다. 안재홍, 안창호, 여운형 등에 치안유지법 위반, 독립운동자에 대한 사건을 맡아 변호했다.
1927년 절대 독립을 추구하는 신간회를 창립하고, 중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신간회가 해체되고 사상사건의 변론에서도 제한을 받게 되자 1932년 경기도 양주군으로 내려가 광복될 때까지 은둔생활을 했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되자 초대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9년의 대법원장 임기를 마치고 70세의 나이로 정년퇴임했다. 1964년 78세를 일기로 인현동 자택에서 운명했다. 장례는 사회장으로 치러졌다. 건국 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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