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역사성·상징성 전무한 시립국악원 설립만 고수

국악인 “공립취미학원 전락… 63년 국악단체에 줘야”

모현동 김동문 배드민턴장 뒤편에 건립 중인 ‘무형문화재 통합전수관과 시립국악원’이 오는 8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전수관이 개관되면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제11-3호 이리농악과 제83-2호 이리향제줄풍류가 이곳에서 전승된다.

하지만, 이곳을 바라보는 (사)익산국악진흥원 180여 회원들의 눈초리는 한겨울 강바람처럼 싸늘하기만 하다. 건물 신축 추진의 시작은 주인이었으나 점차 객으로 변하고 급기야 준공 후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

<익산열린신문>은 첫 시리즈로 국악인들에게 그림의 떡이 된 시립국악원의 문제를 집중 보도하고, 지난 호엔 주먹구구 문화정책을 조명했다. 이번 호는 국악의 쇠퇴를 불러올 졸속행정을 다뤘다.

모현동 김동문 배드민턴장 뒤편에 건립 중인 ‘무형문화재 통합전수관과 시립국악원’은 익산시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문화정책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오는 8월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이 건물은 지어질 때부터 삐걱거렸다.

당초 63년 간 판소리 등 익산국악을 지켜온 (사)익산국악진흥원 180여명 회원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익산국악을 전승·보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립이 추진됐지만, 국비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무형문화재인 이리농악과 이리향제줄풍류 전수관이 추가됐고 국악원 공간은 축소됐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익산시는 특히 시립국악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이 건물 건립 모티브가 된 (사)익산국악진흥원 180여명 국악인을 입주 대상에서 완전 배제시켜버렸다. 졸지에 이용만 당한 꼴이 됐다.

익산시는 ‘시립국악원 설치 및 운영조례안’도 만들어 국악인들의 분노를 샀다. “익산국악을 이원화시키면서 역사성을 퇴색시킬 뿐만 아니라 스스로 시립국악원을 공립취미학원으로 전락시키는 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전히 익산시의 답변은 궁색하기만 하다. “건립 추진 당시 (사)익산국악진흥원 입주를 계획했더라도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고, 개인 단체인 사단법인이라서 어렵다”며 시립국악원을 설립해 유치한다는 계획만 내세울 뿐이다.

국악인들은 “껍데기만 번지르르 할 뿐, 알맹이가 없다. 익산시의 졸속행정이 익산국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쇠퇴를 불러올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특히 “익산시는 국립, 시립을 왜 만드는지 이유도 파악 못하고 있다. 국악을 살리자고 국립, 시립을 만드는 것인데 익산은 거꾸로다. 지금 상황에서 시립국악원을 만들면 국악은 역사성과 상징성을 잃은 채 쇠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악인들은 “1954년 설립된 (사)익산국악진흥원은 63년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5개 전통문화 강좌를 열고 있다. 이 시스템과 인적 자원이 새로 지어진 건물에 들어가면 국악원은 63년의 뿌리 깊은 역사를 이어받게 된다. 시립국악원은 나중에 현실에 맞게 조직체계를 갖춰 설립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익산시는 “익산에 국악 관련 단체가 16개다. 익산국악진흥원에 특혜제공을 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올 우려가 크다”며 “현재로서는 시립국악원 운영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면서 논의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핑계를 댔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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