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는 기호용지 바꿔치고 선관위는 눈감아주고 공명선거 실종

입주민 “공식 사과해야”… 선관위원장 “선거권 없는 사람이 낙선운동 이용” 해명

840세대 주민이 모여 사는 부송동 A아파트가 지난 1일 끝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를 놓고 시끄럽다.

입주민 Y씨는 “후보자 C씨가 기호용지를 바꿔치기 하고, 선관위는 이를 눈감아주는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주민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낙선한 C씨와 선관위원장은 “Y씨는 주소가 전주로 된 입주민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데, 기호 추첨하는 과정에서 (C씨와 선관위가)크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전단지를 만들어 (C씨에 대한)낙선운동을 했다”며 “오히려 Y씨가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맞서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6월 22일 관리사무실에서 열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후보자 기호 추첨에서였다.

이번 선거에는 6명 동대표 중 공교롭게도 이름이 똑같은 C씨와 B씨 2명이 후보로 나섰다. 이날 B씨는 개인사정으로 불참해 C씨 혼자만 기호 추첨을 했다. 어차피 후보가 2명뿐이어서 한 명만 기호 추첨해도 문제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C씨가 기호 2번이 적힌 용지를 뽑아 놓고 선관위원들이 모두 보고 있는 상황에서 2번을 내려놓고 기호 1번을 뽑아 선관위원장에게 건넨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선관위 총무는 “이러면 안 된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나머지 선관위원들이 “괜찮다”며 C씨 편을 들어줘 결국 C씨는 기호 1번으로 정해졌다.

이 장면은 관리사무실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입주민 Y씨는 이 영상을 편집해 ‘선관위 부정행위 동영상 CCTV 포착, 동대표 기호용지 바꿔치기, 눈감아준 선관위원장과 위원들’이란 제목의 A4용지 크기 전단지 400장을 만들어 선거일 전날인 6월 30일 엘리베이터 등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장소에 게재해 사실을 알렸다.

선거 결과 C씨는 낙선했고, B씨가 입주자대표회장이 됐다. 득표수는 43대 56 간발의 차였다.

Y씨는 “C씨가 기호 2번을 기호 1번으로 바꿔치기 한 이유는 옛날부터 관행적이 된 선거 풍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에 2명이 입후보한 후 투표일에 기호 2번이 사퇴해 기호 1번이 당선되는 일이 대략 8년 전부터 있어왔다. 주민들은 무의식적으로 기호 1번을 찍어왔다”며 “C씨도 이를 의식해 기호 1번이 되려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씨는 “2번 용지를 뽑은 후 그냥 1번으로 가자고 했다. 1번 용지를 뽑지 않았다”며 “그냥 의미가 없이 기호를 바꿔달라고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선거를 무효화하고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아파트에 혼란을 줄 수 있어 우선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한편, 입주자대표회장은 매월 20만 원가량 업무추진비와 회의 수당을 받는 봉사직이라 볼 수 있지만, 실상은 아파트 운영비 결제와 시설 보수·개선 등을 할 때 공사업체를 선정하는 아파트 운영 총책임자이자 실력자다.

일부 문제 있는 아파트에선 입주자대표회장이 아파트 공사 이권개입과 관리업체 취직 청탁 등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한다.

입주민 Y씨가 제작한 전단지. Y씨는 이 전단지에 지난 6월 22일 기호 추첨이 파행적으로 운영된 영상을 담아 '선관위 부정행위 동영상 CCTV포착'이란 제목으로 선거일 전날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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