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 나그네 노부부 지팡이가 연리지 나무돼 ‘건강·사랑’ 담겨

이식 예산만 8천여 만원 예상..관광상품 가치 높아 스토리텔링 목소리도 

낭산면 맹동마을. 이 마을 입구에는 수령 300년 이상 된, 우람한 ‘팽나무’가 우뚝 서 있다.

익산 제3일반산업단지 끝 주얼리집적센터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덩치가 5층짜리 건물 규모만큼 높고 거대하다. 높이는 무려 20m가량 되고 사방으로 가지가 퍼져 울창하다. 둘레는 장정 5명이 팔을 벌려야 겨우 안을 정도로 굵다.

이 팽나무는 당산나무다. 맹동마을 사람들이 정월 대보름이면 이 나무에서 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한해 풍년을 기원한다.

이처럼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이 팽나무에는 아주 흥미로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

마을 토박이 김완식 어르신(74)에 따르면, 대략 300년 전 허리 굽은 노부부가 지팡이를 짚고 먼 길을 가다가 맹동마을 입구에 다다랐다.

마을 우물에서 잠시 목을 축인 후 길을 나서려던 순간, 젊은이처럼 힘이 생기더니 굽은 허리까지 펴졌다.

건강을 되찾은 노부부는 각자 짚고 온 지팡이 2자루를 땅에 꽂고 길을 떠났다. 신기하게도 2개의 지팡이에선 새싹이 돋았고, 지금의 우람한 팽나무가 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2개의 팽나무가 딱 붙어 한 그루가 된 것. 밑동에서 위로 자세하게 훑어보면 가운데 부분에 금이 길게 나 있다. 가지가 한 나무처럼 붙어서 자라는 연리지(連理枝) 나무인 셈이다.

김완식 어르신은 “이 팽나무는 마을의 보물이면서 익산시가 관광상품화 하기에 가치가 아주 높은 문화자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팡이를 꽂은 노부부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해 ‘아픈 사람들이 이 나무를 만지고 건강해지고, 연인들도 연리지 나무를 만지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관광상품화를 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팽나무의 운명은 순탄치 않다. 익산 제3일반산단 진입로 지점 한 가운데에 자리해 앞으로 진입로가 뚫리려면 나무를 옮길 수밖에 없다. 이식 예산이 8천만 원 정도 잡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르신은 “나무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수령이 오래된 나무여서 옮기면 죽고 말 것’이라고 하나 같이 말했다”며 “되도록 옮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옮긴다면 좀 더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반드시 살려 익산시의 관광상품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한편, 맹동마을의 유래는 금마 미륵산과 관련이 깊다. 주민들에 따르면, 미륵산엔 3개 골짜기가 있는데, 가운데가 ‘맹자골’이다. 마을 위치가 맹자골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곳에 있어 사람들이 바랄 ‘망(望)’자에 고을 ‘동(洞)’자를 써 ‘망동’이라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맹동’으로 부르게 됐다.

노부부가 물을 마셨던 우물은 팽나무와 가까운 곳에 있다. 지금은 이용하는 사람이 없지만, 여전히 물이 솟는 마르지 않은 샘으로 전해지고 있다.

맹동마을은 장수마을로도 알려져 있다. 70대는 청년에 속할 정도로 80대, 90대 노인이 많고 건강하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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