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부상 달고 사는 후배들 위해 남은 훈련비로 물리치료기 구입

‘착복’ 오명 쓰고 사퇴 400만 원짜리 2천200만 원 눈덩이 억울해

펜싱 선수가 물리치료기로 훈련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부상 당한 부위의 통증 치료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익산시청 소속 펜싱부 선수들의 숙소(기안아파트)에 ‘물리치료기’ 4대가 설치됐다. 일반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쓰는 ‘초음파치료기, 전기치료기’ 등이 각 2대씩 남녀 숙소에 비치됐다.

대당 100만 원정도 총 400만 원가량 밖에 되지 않는 저가제품들이었지만, 부상을 달고 사는 선수들에겐 고마운 효자 치료기였다.

남녀 선수 9명은 숙소에 들어오면 치료기로 향했다. 하루 종일 훈련으로 지친, 몸의 피로를 풀었다. 치료기가 들어오면서 선수들은 부상회복도 빨라지고, 컨디션도 좋아졌다.

특히 대회 나갈 때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휴대 간편해 ‘전천후 팀 닥터’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5월엔 이리여고 펜싱부가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제54회 전국 남・녀종별펜싱선수권대회’ 사브르 단체전 2연패를 차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선수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이 치료기가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감독이 훈련비로 치료기를 구입해 결국 “공금을 착복했다”는 오명을 쓰고 코치 1명과 동반 사퇴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펜싱협회 부회장들은 26일 “협회 차원에서 진상 조사를 해보니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부회장들은 “감독과 코치가 훈련비를 선수들을 위한 치료기 구입비 등으로 썼을 뿐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공금을 착복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감독과 코치가 3년 전부터 익산시에 치료기 구입을 요청했지만, 매년 예산부족 핑계로 거절하는 등 익산시가 간판 체육인 펜싱 지원을 등한시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광주 서구청 전지훈련 때 시작됐다. 훈련일정은 10일이었지만, 광주팀 선수들이 휴식기간인데다 부상도 많아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5일 만에 마무리했다.

못 다 쓴 예산을 갖고 고민하던 감독은 후배 선수들을 위해 400만 원가량을 주고 물리치료기 4대를 구입해 버렸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인 감독은 물리치료기가 태릉선수촌 의무트레이너가 쓸 만큼 가격 대비 효과만점인 것을 잘 알았다. 또 서울, 경기 등에선 일찍부터 갖춘 것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부회장들은 “공금을 다른 곳에 쓴 것은 마땅히 잘못했다. 하지만 후배 선수들을 위한 마음은 깊이 알아줘야 한다”며 “익산시 간판 체육 펜싱에 물리치료기 하나 지원 안 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매우 안타깝다. 심지어 훈련 때마다 무릎과 발목, 손목, 어깨에 붙이는 테이핑테이프도 부족하다는 것을 듣고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고 술회했다.

또 “더 억울한 것은 감독이 손도 안 댄 돈마저 익산시가 착복한 것으로 덮어씌웠다”며 “지난 7월 한국체대 전지훈련이 잡혀있었지만, 한국체대 선수들이 외국시합을 나가는 바람에 훈련을 하지 못해 불용액으로 남아 있던 돈마저 착복한 돈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1천100만 원을 착복한 것으로 해 2배 환수조치 금액을 붙여 2천200만 원을 빼돌린 것처럼 언론에 흘렸다”고 목청을 높였다.

부회장들은 “하루아침에 사령탑을 잃은 선수들은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사리사욕을 챙긴 체육인으로 매도당하고, 익산시 대표체육 펜싱의 이미지도 큰 손상을 입었다”며 “우선 비난 대신 숨겨진 체육인들의 슬픈 현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치 않도록 익산시에서 적극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10월 7일 전국체전을 앞두고 있다. 선수들이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고 심기일전하고 있다.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 익산시민들에게 기쁨을 드리기 위해 우승을 목표로 맹훈련 중이다”며 “시민들의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