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유기동물보호 열악한 원인은?

1년 예산 2천600만 원 유기견 보호소 아닌 사형장 개념

아픈 개 치료 않고 방치 돈 받고 몰래 팔기도 1곳 폐쇄

최근 ‘유기 반려견 취식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익산시가 유기동물보호 정책이 다른 지역보다 매우 열악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열악한 이유를 살펴보니 가장 큰 원인은 지원예산이 턱없이 적기 때문. 사설(私設) 유기동물보호소 지정 또한 가까운 전주보다 형편없다.

익산시가 올해 책정한 사설 유기동물보호소 지원예산은 2천600만 원이다.

한 곳에서 운영해도 겨우 운영할 판에 얼마 전까지 두 곳이 운영토록 했다. 최초 함라 진목리 보호소만 있었는데 올해 황등 율촌리 보호소가 뛰어들었다. 결국 유기견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황등이 폐쇄돼 현재 함라만 운영 중이다.

유기견 1마리 당 지원비는 7만5천 원이다. 포획비, 사료비, 응급치료비, 사후처리비 등 명목이다.

유기견이 보호소에 들어오면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animal.go.kr)에 공고를 하는데, 유기견을 찾아가는 주인은 거의 없다.

보호소에서는 10일 간 보살피고 이후에는 지원이 없어 보통 안락사 시킨다. 보호소라기보다는 유기견 감옥이자 사형장 개념인 셈이다. 안락사 시킨 유기견은 땅에 묻을 수 없고 폐기물 처리해야 한다.

열악한 익산시 유기동물보호 정책은 사설 보호소가 제멋대로 운영하는 폐단을 낳았다.

지난 9월 중순 몸 전체의 절반 이상이 불에 타 심각한 화상을 입은 푸들 1마리가 황등 보호소에 들어왔다. 하지만 보호소는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했고, 이것이 동물보호단체에 발견돼 9월 20일 폐쇄됐다.

동물보호단체 한 회원은 “황등 보호소에서 여러 마리 유기견을 입양하는 데 돈을 줬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보호소가 유기견을 돈 받고 파는 행위는 불법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동물보호 개선을 위해서는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전북도가 동물보호비를 최대 8만 원으로 제한해 익산시는 7만5천 원으로 정한 것”이라며 “전북도에서부터 제한액을 10만 원 이상은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익산시 사설 보호소 자격조건은 동물보호법에 준하는 시설 기준을 갖추고 해당 법규를 위반한 경력이 없어야 한다. 또 유기견이 아플 때 치료할 수 있는, 계약된 지정 동물병원만 있으면 되지만 다른 지역은 훨씬 체계화 돼 있다.

대전은 사설 보호소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보호소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시설이 좋고, 지원예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산과 가까운 전주도 현재 사설 보호소 10곳이 위탁운영을 하고 있는데, 모두 동물병원이 맡아 황등처럼 보호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 예산도 많이 책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화상을 심각하게 입은 푸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