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회사 물건 상했는데 변상은 차일피일

K택배 지난 9월 풋고추 배송하다 이틀 지연 결국 썩혀

피해고객 보상요구에도 감감무소식 두달만에 푼돈 송금

목천동에 사는 김모 씨는 지난 9월 19일 평소 이용하던 K택배를 통해 ‘풋고추(19kg)’를 서울에 사는 친척에게 보냈다.

김 씨가 직접 심고 기른 풋고추는 서울 친척이 “맛있다”며 해마다 시켜먹었고, 김 씨에게 시가만큼의 돈을 부쳐주곤 했다.

김 씨는 올해도 예년과 똑같이 K택배를 통해 ‘풋고추’를 보내줬다. 며칠 후 김 씨는 서울 친척에게서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풋고추가 썩어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너무도 황당해 말문이 막힌 김 씨는 서울 친척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K택배에 전화를 하고, 배송상황을 꼼꼼히 체크한 김 씨는 문제 원인을 찾아냈다.

19일 익산에서 출발한 풋고추가 배송 중간에 무려 이틀이나 지연돼 3일이 지난 22일에야 받아 본 것이다.

꽉 싸맨 포대 속에서 이틀 동안, 그것도 짐 더미 속에서 밀착돼 있던 풋고추는 당연히 부패할 수밖에 없었고, 서울 친척에게 도착했을 땐 이미 상당수가 썩어있는 상태였다.

아까운 풋고추를 버리게 된 김 씨와 서울 친척의 마음을 더욱 분하게 한 건 K택배의 다음 행동이었다.

김 씨는 곧바로 K택배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 변상을 해달라고 했지만, K택배 직원은 “본사에 사건을 접수해서 심의결정을 하고 있다”고 전화를 끊은 뒤 연락을 주지 않았다.

김 씨는 지난 10월 중순에도 K택배에 또 전화를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두 달 가까이 시간을 끌던 K택배가 김 씨에게 변상을 해준 날은 11월 11일. 금액은 ‘5만1천 원’이었다.

수없이 전화한 끝에 푼돈을 받은 김 씨는 씁쓸한 여운이 남았다. 그동안 믿고 이용한 K택배 때문에 두 달 가까이 마음 고생한 것을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어 담배를 연신 꺼내 물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