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된 안 쓰는 농수로 ‘애물단지’ 전락

풀만 나고 농사 방해 농촌공사 농로포장하다 중단 ‘탁상행정’

농민 김모 씨(목천동)가 안 쓰는 농수로를 메우고 농로포장을 하다만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오산면과 목천동 일대 논은 우리나라 최초 경지 정리한 땅이다. 일제 강점기에 수탈 목적으로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만들었다.

당시는 소로 논을 갈고, 사람 손으로 모를 심고, 벼 베고, 탈곡하고, 지게로 나락가마니를 나르는 시대여서 널따란 농로보다는 물 대기 편한 농수로를 많이 만들었다. 농로가 없이 논두렁만 있는 논이 상당수다.

그로부터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농업도 기계화가 이뤄지면서 농로가 더 필요해졌다.

일제강점기에 만든 ‘폭 3m짜리’ 농수로 일부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땅으로 변했다. 오히려 농사에 방해만 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목천동 신광마을에서 사는 김모 씨(70)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논 등을 합쳐 4만 평을 짓고 있는데, 사용하지 않는 농수로 때문에 농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사용하지 않는 농수로 바닥은 바로 옆 논바닥과 높이가 같다. 봄여름엔 풀만 무성히 자라 처치 곤란이다. 침수피해도 일으킬 수 있는 천덕꾸러기”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특히 “논두렁 빼놓고 농로가 없는 논은 남의 논을 가로질러서 다녀야 한다. 주민 간 승강이도 벌어지고 모심는 시기도 서로 맞춰야 한다. 농로 입구 논이 모를 먼저 심었다가는 맨 끝에 있는 논은 모도 못 심을 상황이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김 씨는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도 이러한 점을 진작부터 알고 15년 전부터 안 쓰는 농수로를 메우고 콘크리트를 깔아 농민들이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목천동과 오산면의 신용리, 목상리, 유신리, 신광리, 사동척리 등의 안 쓰는 농수로를 메우고 콘크리트 포장 공사를 해줘 이앙기, 콤바인, 트랙터, 경운기 등 통행이 편리해졌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렇게 해마다 안 쓰는 농수로 정비를 해오던 이 사업은 농어촌공사 익산지사의 수자원관리부 담당자가 바뀌면서 멈췄다.

올 봄 유신마을 입구에서 목상리 방향과 유신마을에서 신광마을 방향 안 쓰는 농수로를 230m가량 메우고 콘크리트 포장을 한 후 가을에 마무리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현재 빨간색 루비콘을 세워놓고 중단된 상태. 김 씨와 주민들은 여러 차례 바뀐 담당자를 찾아 상황을 알리고 공사재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담당자가 ‘농수로를 농로로 만드는 것은 법 위반’이라며 원칙만 내세우고, ‘농로를 정 내고 싶으면 양쪽 논 주인들이 1m씩 땅을 내놓겠다는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구실을 못하는 농수로를 놔두고 멀쩡한 논을 내놓으라는 게 말이나 되는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주민들은 “15년 전부터 해오던 것이 불법이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서 개선해야 한다. 목천동과 오산면 농수로 민원 건은 오로지 익산에서만 나올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특별법이라도 제정해야 한다”고 정치권의 도움을 요구하기도 했다.

농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농수로는 풀만 자라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