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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손자까지 키운다이희섭의 건강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17.01.02 10:07
미즈베베산부인과 원장

“부모의 나쁜 습관도 유전이 되나요?”

“그럼요. 나쁜 버릇뿐 아니라 좋은 버릇도 물림이 되지요.”

“거봐요, 오빠도 이젠 조심해야 해요.”

“엄마 아빠뿐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버릇도 대물림이 됩니다.”

유전이란 말은 흔히 쓰지만 물림이란 말은 사용치 않는다. 한자를 배우지 않은 이가 많아지고,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흐름이어서 글 쓸 때 어려움이 많다. 그래 다짐했다. 나라도 되도록이면 한글을 써야지 하고.

유전자(물림이)가 핵산(DNA)이라는 게 알려지고, 그 생김새는 왓슨과 크릭에 의해 1953년에 밝혀진다. 1990년대 분자생물학이 꽃을 피우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사람 유전자에 대해 2000년에 모조리 밝혀진다. 사람 DNA를 송두리째(게놈, genome) 알게 되면 엄청날 줄 알았다. 한데 사람 유전자가 실벌레(선충, 회충)와 크기가 같고 사람마다 다르지 않고 똑 같다는 걸 알게 되었다. 깜짝 놀랐다. 엄청나게 타고 태어난 놈이나 바보나 DNA가 똑 같은 걸 알자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어째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이때부터 살살 되살아 난 것이 후성유전(epigenetics, 겉물림)이다. 우리가 가진 유전자는 바다에 떠있는 얼음덩이와 같아서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은 조금이고 나머진 거의 감춰져 있는 것이다. 감춰진 게, 나타나지 않은 게 어떻게 밖으로 나타나느냐에 모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즉 내 속에 공을 잘 차는 물림이가, 노랠 잘 하는 물림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유전자가 모두 다 있는데 어떤 게 밖으로 드러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대물림하는 DNA보다 그 모양새를 이루고 있는 메칠화 및 히스톤 단백의 바뀜이 본바탕을 나타나게 하고 이런 바뀜이 제 새끼에게 물림이 된다. 아버지, 어머니의 버릇이 아이에게 나타날 뿐 아니라 그 아이의 아이인 손자, 손녀에게까지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받는 DNA는 사람마다 다르지 않고, 그 둘레의 바뀜이 가지고 있던 유전자의 성질을 나타나게 한다. 따라서 타고나는 것보다는 어떻게 키우느냐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족보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버릇이 손자 손녀에게 더 크게 미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손자까지 키우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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