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철도 소음피해 보상 차원 경로당 신축 약속 나몰라라

컨테이너박스 비좁고 지붕도 새 울화통 “죽기 전에 지어지길”

철도공단이 7년 전 나룻가마을 주민들에게 경로당 신축을 약속하며 우선 임시로 쓰라고 준 컨테이너박스 안으로 한 할머니가 들어가고 있다.

12일 저녁 무렵, 인화동 ‘나룻2교’에서 서쪽 방향 천변 길 끄트머리에 다다르자 철도 교각 바로 아래에 ‘허름한 컨테이너박스’ 하나가 놓여 있다.

밖에는 땔감이 쌓여 있고, 나무판대기로 만든 지붕이 씌워져 있다. 문 옆에는 익산시 마크와 ‘민원봉사의집’이라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할머니들과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가운데 화목보일러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원이 겨우 10명 남짓한데 컨테이너 안이 비좁은데다 여기저기 잡동사니가 많아 앉을 자리 찾기도 어렵다.

“여기가 나룻가마을 ‘경로당’이자 ‘마을회관’이요.”

주민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7년 전 ‘전라선 복선화’ 공사할 때 마을을 관통하는 철도 교각을 세우면서 피해보상 차원에서 경로당을 지어준다고 약속했다”며 “우선 임시로 쓰라고 공사장에서 사무실로 쓰던 ‘컨테이너박스’ 달랑 하나 가져다놓고서 이제까지 감감무소식”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모 할머니(75)는 “그동안 마을에 경로당이나 회관이 없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경로당을 지어준다는 철도공단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기다리던 경로당 신축 소식은 들리지 않고, 고막을 때리는 기차 소음과 진동 때문에 깊은 잠도 못 이루는 피해만 보고 있다”고 푸념했다.

특히 “컨테이너박스가 워낙 낡아 지붕이 샌지 오래됐다”며 “비닐 등으로 씌워 비가 새는 것을 막고 있지만, 바람만 세게 불면 금방 날아가 버려 이용하기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좁아터진 컨테이너박스 안에는 익산시가 설치한 ‘CCTV 모니터’와 ‘마을방송 기계’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주민들은 “비좁은 이곳에서 마을회의까지 열리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신세가 아니겠느냐”고 한탄했다.

이모 할머니(82)는 “컨테이너박스가 워낙 비좁아 여자들만 이용하기도 벅차다. 때문에 남자들은 모일 장소도 없어 집에서 쓸쓸하게 노년을 보내고 있다”며 “죽기 전에 새로 지은 경로당에서 생활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공기업인 철도공단이 어떻게 주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나 몰라라 할 있느냐”며 “이제라도 약속을 지켜 달라. 익산시도 경로당 신축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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