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등농협 하나로마트 수입과일 판매 말썽

매장 입구서 버젓이 판매 이웃사촌 과일가게들 ‘죽을 맛’

농협 “이사회 의결” 둘러대기 농민단체 “즉각 중단해야”

황등농협 하나로마트 매장 입구에 개설된 수입과일코너

“황등농협 하나로마트에 버젓이 ‘수입과일코너’가 생겼네요. ‘신토불이 우리농수산물을 애용합시다’는 문구가 무색하네요. 이참에 아예 수입마트 간판을 올리시지 그러세요.”

황등농협이 지난 3월 23일부터 하나로마트 입구에 수입과일코너를 만들어 인근 과일가게와 농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황등농협과 이웃사촌인 검둥이청과 박성숙 씨(52)는 “14년 간 조그맣게 과일가게 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이다. 도대체 얼마나 수익을 올리겠다고 서민을 울리면서까지 수입과일을 파는지 말문이 막힌다”며 울상을 지었다.

박 씨는 “다른 읍면 농촌 농협에 전화를 해보니 ‘농민이 있어 농협이 있는 것인데, 양심상 어떻게 수입과일을 팔겠느냐’고 하나같이 대답했다”며 “도시도 아니고 농촌에 있는 황등농협은 농민도 없고, 양심도 없는 셈이다”고 꼬집었다.

현재 황등농협이 파는 수입과일은 바나나, 오렌지, 청포도, 망고, 거봉, 파인애플 등 대략 6가지.

이 때문에 코앞에서 과일을 팔아온 검둥이청과는 매출이 4분의 1가량 뚝 떨어졌다.

하루 평균 12손 팔리던 바나나는 하루 3손 팔기도 힘들다. 오렌지도 하루 평균 18kg들이 3상자 나가던 것이 지금은 1상자 팔기도 버겁다.

과일 매출에 타격을 입은 곳은 검둥이청과 뿐만 아니다. 황등농협에서 멀리 떨어진 제법 규모 있는 큐마트와 동광마트도 매출이 감소했다고 아우성이다.

박 씨는 “농촌 분들은 농협만 고집한다. 더욱이 한 곳에서 편하게 장을 보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작은 과일가게와 인근 마트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당장 생계가 힘들어진 박 씨는 여러 곳에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농협 전북본부와 익산시지부는 “황등농협이 다문화가정을 위해 수입과일을 팔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한 것이어서 막을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또 조규대 시의원도 6일 최사식 황등농협 조합장을 만나 수입과일 판매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사회에서 의결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전해 들었다.

박 씨는 “이사 여러 명에게 전화를 해본 결과 다문화가정을 위한다는 이유는 허울 좋은 명분일 뿐 최사식 조합장이 ‘하나로마트 수익이 줄고 있어 수입과일로 손님들을 끌어 모으자’고 제안해 어쩔 수 없이 이사회에서 의결한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푸념했다.

박 씨는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자영업자들은 죽을 맛이다. 이런 상황에 농협에서 서민을 죽이자고 수입과일까지 팔면 우리는 더 힘들다”며 수입과일 판매 중단을 간곡히 호소했다.

농민회와 한농연 등 농민단체는 “농협이 우리농산물을 지켜도 모자랄 판에 버젓이 수입과일을 파는 것은 농협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즉각 수입과일 판매를 중단하라”고 강력 규탄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