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아르케 객원연출

얼마 전 극장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2010년 겨울에 올린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에 함께 출연한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던 친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극장을 찾아 온 것이었다.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어렸을 때의 모습이 남아있는 그 친구를 보면서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버렸으니 말이다.

그때 내가 맡았던 역할은 경상도 시골 아줌마 ‘붙들이.’

평소 사투리 쓰는 것에 자신감이 없던 나는 그 역할을 위해서 아는 지인을 소개 받아 경상도 사투리 연습을 해야 했고, 신체적으로 팔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없었기에 연습 내내 팔이 움직이지 못하게 끈으로 팔을 묶어 놓고 연습했어야만 했다.

또 워낙 눈치가 없고 거름망 없이 말을 내뱉는 성격의 역할이라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기 일쑤며 고무신으로 얻어맞기도 해야 하는, 기존에 내가 해왔던 역할과 상반되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항상 그 작품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는 ‘힘듦’이었다.

그런데 아들로 나왔던 그 친구를 보게 되면서 힘들게만 생각되었던 ‘붙들이’라는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그때 당시는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기 때문일까?

약간은 모자라고 말을 더듬는 남편과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둔 엄마!

배운 것도 아는 것도 없이 무식하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은 넘치고 넘치는 엄마!

다른 사람이 베푸는 친절에 대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엄마!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하고 아무 말이나 막 하는 엄마!

이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붙들이’는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드는 생각. 그렇다면 과연 지금도 이 사랑은 가능한 것일까?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알려지는 이야기들 속에서는 이 사랑이 감춰진 것처럼 보이는데.

꼭 연극적인 상상의 인물 안에서나 표현이 가능한 것인가.

왠지 슬퍼지는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만큼 사는 것이, 상황이, 생각이 삭막해졌다고 해도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은 계속 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연극의 인물을 통해서 계속적으로 이야기할 것이 때문이다.

바로 ‘엄마 붙들이’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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