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주인 따로' 동부시장 점포 매매 성행 '말썽'

익산시 20년 간 방치 말썽… ‘임대계약’ 전환 특단의 조치 필요

장모 씨가 부동산매매계약서를 보여주며 점포 매매가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익산시소유 땅에 임시로 세워진 ‘동부시장’이 점포 매매를 놓고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자리보다 남쪽에 있었던 동부시장은 1992년 화재가 난 후 상인들이 재건축에 나서면서 1995년 시유지인 지금의 자리에 임시로 가건물을 설치하고 35명 안팎의 상인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상인 간 점포 매매가 위법 논란을 빚으면서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진 것.

20년 넘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점포 매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3월 6일. 채소도매업을 하는 장모 씨(여)가 상인회장인 최모 씨와 매매 계약을 체결한 후부터였다.

‘부동산매매계약서’에 자필로 쓴 내용은 소재지란에 ‘전북 익산시 영등동 531번지(동부시장)’, 건물란에 ‘12평(철구조물)’으로 아주 간단했다.

매매대금은 750만 원으로 정했고, 장 씨는 계약금으로 현금 350만 원을 건넨 후 잔금을 3월 17일까지 치르기로 했다.

채소도매상인 장 씨의 동부시장 점포 매입 목적은 채소상자 100개가량을 도매시장에 납품하기 전 적치·보관할 장소 용도였다. 장 씨는 “계약 당시 채소 적치 용도인 것을 상인회장 최 씨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매매계약을 한 지 이틀 후 상인회장 최 씨가 “물건 적치는 안 된다”고 해 장 씨는 별수 없이 채소 상자를 뜯어 소매로 팔았다. 손님이 많지 않아 매입한 가격에 파는 등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결국 점포가 애물단지가 된 장 씨는 “채소 적치용도로 점포를 매입하려고 했는데, 적치가 불가능해졌으니 계약취소”라며 최 씨에게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내용증명도 보냈다. 하지만, 최 씨는 “잔금을 빨리 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참다못한 장 씨는 지난 4월 “상인회장 최 씨가 계약금을 편취했다”며 최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장 씨는 “지적도를 떼어보니 익산시 소유의 땅에 미등기 가건물을 지어놓고 영업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남의 땅에 등기도 안 난 건물을 상인회에서 마음대로 매매할 수 있느냐. 당장 계약금을 돌려 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또 장 씨는 “상인회의 점포 매매는 사기나 다름없고, 이를 방치한 익산시 또한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익산시는 1995년부터 매년 시유지 5천496㎡에 대한 임대료로 3천300만 원(부가세 포함)을 받고 있으면서도 20년 넘게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매매계약을 손 놓고 방치해왔다.

결국 법정다툼으로 번지는 말썽이 일자 익산시는 “땅은 익산시 소유이고, 건물은 상인회에서 임시로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보증금을 받을 수는 있어도 점포를 매매할 수는 없다”며 지금의 매매계약을 임대계약으로 전환토록 상인회에 시정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 씨와 상인회장 최 씨의 다툼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서겠다고 했다.

장모 씨가 동부시장 상인회장 최모 씨와 작성한 매매계약서

장모 씨가 매입한 점포.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