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 급식 실태 불시점검 '동행취재'

유통기한 등 표기 않고 일선 학교에 납품 관리허술 지적

학교급식센터 한 달 넘게 보관 부적합 들통 ‘퇴짜 일쑤’

24일 모 중학교에서 친환경 농산물 불시 실태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다.

24일 아침 8시 익산 모현동 한 중학교 조리실. 일선 학교 급식 실태 불시 위생 점검이 한창이다.

교육청 직원 2명과 학부모 3명, 급식모니터 요원 1명 등 6명으로 구성된 점검반은 납품된 농산물 신선도와 공급 날짜 등 친환경 농산물 상태를 전반적으로 살펴봤다.

실태 검사가 시작되고 몇 분이 흐르지 않아 점검반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일선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는 익산시학교급식지원센터 직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가져온 농산물은 그 어디에도‘수확날짜나 유통기한’표기가 전혀 없는 유령 농산물이었다.

농산물 박스엔 무농약 친환경 마크가 붙은 스티커와 생산농가, 전화번호 등만 적혀 있을 뿐 언제 생산되고 언제까지 먹어야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익산시 로컬푸드 직매장은 물론 일반 마트조차도 ‘수확날짜’를 반드시 기입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는 것과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막상 조리를 하려고 박스를 뜯어보면 농산물이 말라비틀어지고 속이 썩어 반품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일선학교 영양사들의 하소연이다.

이 같은 피해는 납품농가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공급 농가인 이모 씨(56)는“우리 농가에서 수확해 익산시학교급식지원센터 저온저장고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주먹구구식으로 농산물을 관리하다보니 몇날 며칠 묵혀두는 일이 다반사”라고 귀띔했다.

이 씨는 “분명히 싱싱한 상추를 익산시학교급식지원센터에 납품했는데, 며칠 후 학교 영양사한테 전화가 와 달려가 보니 노랗게 마른 상추를 보여주며 ‘어떻게 이런 물건을 내느냐’고 호되게 혼이 났다”고 하소연했다.

부랴부랴 원인을 알아본 이 씨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익산시학교급식지원센터 저온저장고 안쪽 깊숙이 자신의 상추가 보관돼 있었기에 납품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농산물이 상한 것이다.

이 씨는 익산시학교급식지원센터에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려고 몇 번을 망설였지만 혹여 불이익을 당할까봐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이날 점검에 나선 심정주 익산교육지원청 생활건강지원과장은 “아이들이 먹는 농산물 식재료에 ‘수확날짜’나 ‘유통기한’이 표기되지 않은 것은 앞으로 안전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학교급식위원회 담당 장학사에게 일러 개선할 수 있도록 당부하겠다”고 말했다.

익산시학교급식지원센터가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에 공급한 날짜만 표기돼 있다. 어양동 로컬푸드 직매장이나 일반 마트 등에 기본적으로 부착된 농산물 신선도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수확날짜'는 표기돼 있지 않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