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 대표 경제인 여문현 대일실업 대표

전국 40개 회사 중 10위 권 부여에 현일섬유 회사도 운영하는 중견기업인

택시회사·속옷공장 등 파란만장한 삶… 주민자치위원장 10년 애향심 가득

여문현 대일실업 대표(70). 그는 여산면 대표 경제인이다.

젊을 땐 여산에 버스회사와 택시회사를 운영하며 익산 경제의 한 축을 이루는 사업가였다.

지금은 익산에서 가장 오래된 마대 공장인 ‘대일실업’과 충남 부여에 속옷 공장인 ‘현일섬유’ 등 2개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중견기업인이다.

지역 발전을 위한 일이면 사업도 뒤로 하고 앞장서는 애향운동가이자 지역 내 행사에 금전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 후원가다.

주민들의 신망이 두터워 10여 년 간 여산면 주민자치위원장을 맡고 있다. 21일 이른 아침 그를 만나 인생역정과 지역사랑을 들어봤다.

제2의 고향 여산서 ‘시민의 발’ 역할

함양여씨가 모여 살던 강경 성동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41년 전, 제2의 고향 여산에 터를 잡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경은 충남 논산이 아닌 전북 익산 땅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사업에 손을 댄 것은 버스였다. ‘익산공화여객’에 버스 2대를 지입차량으로 갖고 들어가 사업을 펼쳤다. 당시 버스는 경운기처럼 ‘ㄱ'자 손잡이를 손으로 잡고 돌려 시동을 거는 차였다.

두 번째 사업은 택시회사. 익산시에서 면 단위에도 택시회사 면허를 준다고 방을 써 붙이자 곧바로 사업면허를 땄다.

친형님인 고 여용현 씨와 함께 여산파출소 옆에 차린 ‘여산택시’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택시 18대가 함열, 강경까지 누볐다.

10여년을 ‘시민의 발’ 역할을 해온 그는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하던 1995년 택시회사를 접었다. 익산에 택시가 늘어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옛날 택시회사 건물 입구엔 ‘여산택시’라는 푯말이 지금도 걸려 있다.

현재 여산택시의 명맥은 개인택시 기사 5명이 이어받아 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다.

직원 400명 거느렸던 속옷 공장 사장님

택시회사를 접고 세 번째 도전에 나선 사업은 속옷 공장. 1985년 여산면 제남리 1천 평 땅에 세운 ‘대일실업’은 처음엔 메리야스와 팬티를 만들어 속옷 회사에 납품하는 하청업체였다.

그가 속옷 공장을 차리게 된 것은 당시 여산면에서 광산업을 하던 이연 동원탄자 대표가 같은 연안이씨 가문인 쌍방울 이봉녕 회장에게 “여산면에도 메리야스 하청 하나 달라”고 부탁한 것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마당발인 그는 이연 대표가 소개한 이문환 씨와 함께 대일실업을 세우고 동업을 했다. 내친 김에 그는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현일섬유’도 차렸다.

그가 만든 속옷은 쌍방울, BYC, 비비안 등 국내 굴지 회사에 납품됐다.

당시 그는 직원 수만 400여명이나 거느린 속옷 공장 사장님이었다. 여산에 250여명, 부여에도 150여명이 있었다. 관리자도 5명을 데리고 할 정도로 큰 회사였다.

1995년 쌍방울 부도를 직감한 그는 부여의 현일섬유만 그대로 놔두고, 대일실업을 과감하게 새로운 사업체로 변신시켰다. 바로 지금의 ‘마대 공장’이다. 현일섬유는 현재 직원 18명이 근무하고 있다.

익산 80% 점유, 전국 10위 권 마대 공장 CEO

그는 1995년 대일실업을 마대 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생애 네 번째 사업에 도전했다.

마대는 프로폴리필렌(P.P) 원단을 온도 1천500도씨로 녹여 뽑아낸 실로 짠 ‘PP포대’를 이르는 말이다.

쌀 포대, 톤 백 가마니, 소금 포대 등 용도가 다양하다. 때문에 각종 농공 수산용 포장재 및 정부 수매용, 정곡용 포장재로 전국 일선 관공서, 농협중앙회, 정미소, 염업사, RPC(미곡종합처리장) 등에서 주로 쓴다.

연무대에서 마대 공장 하던 후배 서만석 씨의 권유로 시작한 마대 공장은 처음엔 상당히 어려웠다.

만드는 것은 순조로웠지만, 납품할 곳이 없어 재고만 쌓일 때가 많았다.

투박하면서도 정감 섞인 특유의 말씨로 농협과 RPC, 정미소 등을 찾아다니며 신뢰를 쌓은 그는 수많은 거래처를 확보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풍파도 만만치 않았다. 쌀값 파동으로 문 닫는 정미소가 속속 생겨나면서 마대 값을 떼인 경우도 허다했다. 이 때문에 빚도 눈덩이처럼 커져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타고난 뚝심과 판단으로 난관을 모두 이겨냈다.

23년 간 익산에서 가장 오랫동안 마대를 만들어온 그는 대일실업을 전국서 알아주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대일실업은 현재 익산지역 마대 공급의 80%를 점유하고, 전국 40여개 마대 공장 중 10위 안에 드는 중견기업이다. 전국에 납품하는 농협 수만 80여 곳에 이른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는 국방부 모래주머니 납품도 했다.

이는 그가 공장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고 시설을 확대하며 생산능력을 전국 최대 규모로 키운 것이 주효했기 때문. 프로폴리필렌에서 실을 뽑아 만든 마대에 인쇄까지 하는 전체 공정은 익산에선 대일실업 뿐이다.

대일실업은 1995년 Q마크지정을 받고,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품질 관리로 2006년 KS제품인증을 받아 조달청 등록업체가 됐다.

직원 15명이 2교대로 24시간 만든 마대는 전국으로 납품되고 있다. 대일실업 연매출은 30억 원. 중소기업청 우수업체, 익산시 우수중소기업이다.

“여산 발전에 온 힘 기울일 터”

여산면 체육회장을 지낸 후 여산면 주민자치위원장을 10여 년 간 맡고 있는 그는 익산시 주민자치협의회장도 역임했다.

예나 지금이나 여산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맨 앞에 서고 있다.

5년 전엔 무려 3번의 실패를 딛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하는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을 따내는 금자탑도 쌓았다.

사업을 따기 위해 주민자치위원들을 이끌고 전국을 돌아다녔고, 일본까지도 다녀왔다.

마침내 2013년 공모사업에 선정돼 70억 원의 막대한 국비가 3년 간 나뉘어 여산으로 내려왔다. 2015년 완료된 이 사업은 여산을 새롭게 바꿔놓았다. 시장 도로가 포장되고, 어울림센터, 체육공원이 지어졌다. 상가는 낡고 우중충한 간판이 떼어지고 산뜻하게 새 단장됐다.

이 사업을 따내 여산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준 것을 생애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는 그는 ‘여산119지역대’ 이전을 새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여산119가 면사무소 옆 비좁은 골목에 자리해 유사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주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이전이 반드시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음먹은 것은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그는 여산을 전라북도 익산의 변방이 아닌 대표 관광지로 발전시키고 싶은 꿈도 있다.

그는 “여산은 천주교 박해 장소인 여산동헌 백지사지터, 숲정이성지 등을 찾는 수천 명의 천주교 순례자들과 매년 수천 명의 부사관을 배출하는 여산 부사관학교가 있다”며 “이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숙박형 관광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여산향교, 가람 이병기 생가, 호남 유일의 석회암동굴인 천연기념물 천호동굴 등 지역의 관광자원 개발도 강조했다.

그는 “여산면지에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향하던 중 여산에 들러 백성을 수탈하던 탐관오리를 징벌했다는 글이 적혀 있다”며 “이런 점도 스토리텔링해 호남 관문인 여산을 전국 관광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