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 일대 도심 빈 건물 '애물단지'

범죄 온상 건물붕괴 우려…“역사문화 공간 마련”한 목소리

손 놓은 익산시, 사유재산 규제 난색…주민 "정비 지원해야“

1980~2000년 초 익산 최대 번화가이자 당대 젊은이들의 문화, 쇼핑의 상징이었던 중앙동 문화의 거리.

연인들의 데이트장소로 손꼽혔던 이 거리는 옛 영화를 뒤로 한 채 초라한 모습으로 변했다.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던 곳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발길이 뚝 끊겼다.

인파가 줄면서 ‘빈 건물’도 크게 늘었다. 중앙동 일대 대형 건물 40여개가 텅텅 비었다.

중앙동 말고도 평화동, 인화동, 마동도 빈 건물이 속출하고 있다. 모두 구도심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일대는 밤 8시만 되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암흑천지로 변해 버린다.

익산시는 빈 건물이 얼마나 되는지 현황파악도 하지 않은 채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손 놓고 있다.

건물 주인과 주변 상인들은 한숨과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빈 건물은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도심 경관을 해치고, 발전에 큰 장애물이다. 특히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최근 중앙동 한 빈 건물의 화재가 이를 반증한다. 소방서는 가출 청소년들의 소행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건물 붕괴도 우려된다. 뜨레캐슬은 외벽타일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다른 대형건물도 외벽이 뜯겨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물 지하는 침수돼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원광대학교 건축공학과 이용수 교수는 “장기간 건물 지하에 물이 차면 수압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부동침하가 생겨 물의 부력으로 건물이 떠 있는 형국이 될 수 있다”며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물이 찬 상태로 건물에 크랙(갈라진 금)이 있을 경우 균열로 물이 스며들면서 크랙이 더욱 커질 뿐만 아니라 안에 철근도 녹슬면서 팽창해 콘크리트를 탈락시켜 건물 전체를 부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빈 건물은 ‘도심 속 흉기’나 다름없다.

을씨년스러운 도심 풍경을 없애기 위해서는 빈 건물의 철거나 활용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상인들은 “농촌 빈집 정비 지원처럼 도심 빈 건물에도 정비 지원을 해야 한다”며 “예산이 많이 들더라도 도심 빈 건물 지원조례를 만들어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빈 건물을 철거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구도심 일대는 근대건축물이 많이 밀집된 곳으로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다”며 “역사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