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 물리는 꿈꾸기 일쑤 개만 보면 질겁해 찻길로 뛰어들어 '위험'  

피해보상 못 받아 정신치료 그림의 떡… 市 뒤늦게 행정처분 검토

초등학교 1학년 동현 군은 2년 전인 2015년 10월 15일, 등과 겨드랑이 부분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니던 현영동 A어린이집의 이사장이 키우는 진돗개에게 심하게 물려 병원 응급실에서 봉합수술까지 받았다.

동현 군과 함께 이날 어린이집 뒤편 이사장 집 앞 텃밭에서 체험활동을 하던 정원 양과 민준 군도 같은 봉변을 당했다. 정원 양은 목이 긁히고, 허벅지에 송곳니가 깊이 박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지금은 비록 몸의 상처가 아물었지만, 자국은 아직도 선명하다.

동현 군은 2년 전 끔직 했던 그날이 있은 후부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멀리서 개가 나타나기만 하면 소스라치게 놀라 차도로 뛰어들 정도로 심한 공포 속에 살고 있다.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자는 일도 많다. 강아지에게 물리는 꿈만 꾸면 잠에서 깨 울기도 일쑤. 아들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동현 엄마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정신치료를 받으려고 병원에 갔지만, 한 달 정도 입원해 경과를 지켜보자는 의사의 말에 발길을 돌린 것도 여러 번. 넉넉지 않은 살림 때문에 치료를 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기만 하다.

동현 군과 같이 개에게 물린 정원 양과 민준 군도 2년 전 그날의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흘렀지만, 피해학생 3명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고, 앞으로 상처자국을 지우는 성형수술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 이사장, 원장 부부와의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2년 째 피해보상을 받지 못해 피해학생들이 치료를 못 받고 있다.

더욱이 소송 2년만인 지난 8월말, 법원에서 피해학생들에게 각각 1천여만 원씩 4천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어린이집이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항소해 피해학생들 치료 시기가 더욱 늦춰지고 있다.

항소한 보험회사는 전국어린이집원장을 회원으로 한 상호협동조직체의 비영리법인 ‘어린이안전공제회.’ 어린이집 안전사고 예방과 여유아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상의 피해보상을 목적으로 전국 어린이집 원장들이 만들고, 정부에서도 의무가입토록 한 보험회사다.

법원의 판결에 항소해 3명의 피해학생들과 부모들에게 다시 한 번 마음의 상처를 안겨준 이 보험회사에 익산시는 익산지역 어린이집 238개에 대한 보험료 4천여만 원을 100% 지원해 보험에 가입시켜주기까지 했다.

피해학생 부모들은 “아이들에 대한 배려도 없는 이런 보험회사에 익산시가 시민혈세를 지원한 것이 어이가 없지만, 당시 해당 어린이집에 아무런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것도 말문이 막힌다”며 “이제라도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익산시는 “당시 경찰에서 수사를 했는데, 영유아 보육법을 어겼다는 통보가 없어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것 같다”며 “면밀히 재조사하고, 법률자문도 구해 영유아 보육법을 위반했다면 그에 상응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동현 군의 어깨에는 개에게 물린 상처자국들이 큼지막하게 남아 있다.

2년 전 정원 양이 개에게 목덜미를 물렸던 사진.

2년 전 정원 양이 개에게 허벅지를 물려 살점이 떨어져 나간 사진.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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