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주민자치회 위원장

우리가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과 만남의 연속이요, 만남과 헤어짐이 되풀이 된다. 그 만남 속에는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인사말이 때로는 빈말이 되기도 한다.

그 중 하나, 헤어질 때 뭔가 아쉬움에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는 않는지 남자들의 흔한 ‘빈말’을 짚어 보고자 한다.

남자들 대다수는 헤어질 때 악수를 나누며 스스럼없이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언제 식사한번 합시다.”또는 “언제 소주 한잔 합시다.”

참으로 훈훈한 말이다. 인간미가 철철 넘치고 정이 듬뿍 담긴 말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후 “우리 언제 식사 또는 술 한 잔의 약속은 잘 지켜졌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키지 못했다면 그냥 인사치레로 넘어가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인사치레를 자주하고 실천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만큼 신뢰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분류 된다는 걸 알지 못하는 게 문제다.

또한 처음 만나서 자신의 거창한 계획과 자랑을 늘어대고, 상대방에게 언제든지 도움을 줄 것처럼 포장하는 말들. 물론 짧은 시간 내 상대방의 호감을 사는 데에는 최고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보면 허탈과 씁쓸함으로 기억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남성들의 허점은 과장과 허풍이라 한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과장과 허풍은 순수함과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만큼 순수했고, 인간미가 넘쳤기에 이러한 방법들이 통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변했다. 예전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기보다 즉, 그가 약속을 지켰느냐? 약속을 지키지 못 했는가로 평가받고, 어떤 말의 사실 유무가 즉석에서 ‘예, 아니오’로 빠르게 평가되는 세상이다.

따라서 자신의 품격을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보다 더 빨리 읽고 적응을 하며 자신의 말의 습관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과거에 TV를 시청하다 보면 소위 뜨는 연예인을 상대로 “아름다운 피부와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입니까”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결같이 “잘 먹고 잘 자는 게 비결입니다”라는 대답, 또 수능 만점자를 대상으로 공부를 잘 하는 비결을 묻자 “학교수업에 충실하고 예・복습을 열심히 하는 게 비결”이라고 답하곤 했다.

물론 선천적으로 타고난 아름다운 피부와 몸매. 그리고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태어나서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노력하나 만으로 이룰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사실은 “몸매관리 때문에 제대로 못 먹고, 피부 관리 다니느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힘들었습니다”, “학교수업도 수업이지만 밤늦게 과외 받느라 너무 힘들었고, 참고 견디다 보니 이런 좋은 결과로 이어 졌습니다”라고 말해야 옳지 않은가?

아마 지금 세상에 잘 먹고 잘 자는 게 비결이라고 말하고, 학교 수업만으로 수능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면 안티와 악플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일부 남성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거나하게 취한 술자리에서 감당하지 못할 모임 또는 약속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후 며칠이 지나서 취중 약속한 날짜가 지나면 후회 아닌 후회를 거듭하며 고민에 쌓인다. 필자도 경험자라 부끄럽다.

하지만 취중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켜야한다. 취중 약속이라서 별일 아니겠지, 아마 상대방도 취중에 한 약속인지라 잊었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약속을 깨는 일은 남자다움이 아니라 신뢰와 호감을 스스로 잘라버리는 치명적인 자해가 아닌가.

아무 생각 없이 인사를 대신하며 던지는 약속. 상대방은 당신의 호언장담을 굳게 믿고 들뜬 마음에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에 대한 좋은 감정이 생겨 또 한 번 만남의 약속을 하고 싶다면 한 번 더 생각한 다음에 약속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누군가 말하길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약속이란 소중한 것이다.

그러기에 자리를 같이하여 정겨운 담소와 술잔을 기울이던 시간이 아쉽다거나 헤어지는 시간이 뭔가 아쉬울 경우, “기약 없는 소주 한 잔“의 빈말보다 “오늘 함께 한 시간 너무 행복했습니다”라는 감정을 담은 인사말이 어떨까?

품격이란 그 사람의 언행(言行)에 의해 나오는 것이지만 그저 취중에 감당하지 못할 ‘빈말’한 마디로 스스로 품격을 낮추지 말아야 한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의 빈말. 그 빈말만 하지 않아도 자신의 품격을 유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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