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현·김영자 노부부 40년 주택 균열 심각 붕괴 위험 높아

“분진에 농사 망쳐”… 시공사 “원인 불분명 피해보상 못해”

“우리 집 바로 옆에 아파트 짓는다고 지난해부터 난리법석입니다. 올여름엔 하도 시끄러워 집에 붙어 있지도 못했어요. 진동도 심해 집안 곳곳이 쩍쩍 갈라져 불안합니다. 텃밭에 심어놓은 배추나 고추도 현장에서 날아온 분진 때문에 썩고 물러져 뭐 먹고 살아야 할지도 걱정입니다. 이런 대도 시공사는 아무 대책도 없고, 항의하면 오히려 성을 내니 막가파가 따로 없네요.”

송학동 학곤리 망기마을에 살고 있는 김차현(80)·김영자(72) 부부는 집 바로 옆에 신축 중인 아파트 때문에 요즘 몸도 마음도 부쩍 수척해졌다.

경기도 광주에 본사를 둔 A회사가 2000년 김 씨 부부 집 바로 옆에 짓다가 만 아파트 사업권을 사들여 지난해 3월부터 재공사에 들어간 후부터 40년 간 평화롭던 주거환경이 한꺼번에 깨졌기 때문이다.

대지면적 5천648㎡에 지하 1층, 지상 14층, 총 117세대, 20평 형 임대아파트가 높게 올라가면서 나이든 노부부는 몸으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노부부는 “방음벽은 있으나마나다. 추석 전까지는 시도 때도 없이 쿵쾅 거리는 공사 소음이 어찌나 시끄러운지 집 안에 있기 힘들었다. 새벽잠을 설쳐 피곤이 쌓였다. 심지어 키우던 닭과 개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푸념했다.

노부부는 특히 공사 진동으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집이 자칫 무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집 벽은 곳곳에 금이 가 있다. 이쑤시개 2개는 거뜬히 통과할 정도로 틈이 벌어진 곳도 여러 개다.

노부부는 “창고는 문도 안 닫힐 정도로 기울어졌다. 시공사에서 마당에 깔아준 콘크리트도 금이 갔다”며 “낡은 슬레이트지붕이 무너질까봐 겁나는데, 시공사는 집 보수공사를 전혀 해주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노부부는 집 앞 텃밭 농사도 망치고 있다며 울분도 토했다. “방음벽과 올라간 아파트가 햇볕을 가리고, 바람 길을 막아 농작물이 잘 크지 않고, 특히 공사현장에서 날아든 분진 때문에 농작물이 썩는 피해를 봤다”고 목청을 높였다.

노부부는 “마늘은 대부분 썩어 버렸고, 그나마 수확한 9접도 모두 기형이다. 빨간 고추는 예년에 70~80근 따던 것을 올해는 20근 밖에 못 땄다. 배추나 고구마는 몽땅 썩어 수확을 거의 못했다”며 “우리 부부와 자식 6남매의 알토란같은 먹을거리를 준 텃밭 농사가 망쳤는데, 시공사는 피해보상도 않고 있다”고 핏대를 세웠다.

이에 대해 현장소장은 “집에 금이 간 것은 노후해서 자연적으로 갈라진 것인지, 아파트 공사 때문인지 정확히 판단이 어렵다. 현재 금이 간 곳에 ‘계측기’를 붙여 공사 전과 후의 경과를 지켜본 후 보수공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특히 이곳은 아파트 준공 후 익산시가 도시계획도로 상 진입로를 내야 한다”며 보수공사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또한 농작물 피해에 대해서도 “농작물이 아파트 공사로 피해를 입었다고 증명할 부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이 아파트 공사는 잠정 중단된 상태. 지난 5월, 그전 시공사 부도로 새로 교체된 시공사마저 하청업체에 기성금도 못 줄 만큼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은 14층까지 모두 지어졌지만, 추석 후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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