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치학박사ㆍ행정학박사

풍등은 중국의 삼국시대에 제갈공명이 전쟁을 치르면서 적군으로부터 포위되어 곤경에 빠져 있을 때 바람의 방향을 계산하여 초롱을 만들고 구원 소식을 매달아 날려 위험으로부터 벗어났다하여 공명등이라 칭하게 됐고 대만에서는 하늘에 날린다하여 천등이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바람에 날린다하여 풍등이라고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 풍등의 유래는 임진왜란 당시 군과 군 사이의 신호와 연락용으로 사용되어 내려오다가 조선시대 경상남도 지역에서 서당의 생도들이 동짓날 저녁에 등 싸움을 하며 놀았다하여 초롱쌈이라고 불리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2008년에 만들어진 오우삼 감독의 중국 영화 적벽대전에서 풍등을 사용하는 장면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수년 전 MBC에서 방영된 이병훈 연출의 동이라는 드라마에서 풍등을 날리는 장면이 연출되어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였다. 이런 영향인지? 최근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풍등축제, 풍등날리기, 풍등소원등날리기 등과 같은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수 년 전 유행했던 루미나리에는 16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왕국에서 왕가의 행차를 기념하기 위한 장식으로부터 시작되어 빛이 갖고 있는 정신적 가치를 나타내기 위한 종교의식으로 변형되었다가 현대에선 빛의 색깔과 크기가 다른 환상적인 빛을 연출하는 조형물로 발전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부천시 상동호수공원에서 루미나리에가 만들어져 사용된 이후 전라북도 모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도심거리에 루미나리에를 설치하였다가 전통성 없는 외래문화의 유입이라는 비난과 함께 루미나리 조명 관리에 필요한 운영비 문제가 발생하여 철거해버린 사례가 있었다.

요즈음, 문화적 복원이나 재현을 통하여 새로운 문화상품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판매하고자 하는 전통문화의 재현이나 복원에 대하여 관심이 많아 졌다. 문화적 복원과 재현에 대한 관심과 방향이 높아 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문화적 재현과 복원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유는 문화를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재현과 복원은 자료의 수집단계, 분석단계, 해석단계를 거쳐야 한다. 과거의 문화를 단순히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왜? 변천되었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첫째, 문화의 재현과 복원의 목적이 수립되어야 하고, 둘째, 고고학 및 역사학적 자료의 분석이 있어야 하며, 셋째, 이론적 모델의 선정과 적용이 요구되며, 넷째, 문헌적 자료나 증명 등의 과학적 논거가 필요하고, 다섯째, 논리의 객관성이 유지되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학문적 연구의 분석단계와 해석단계에서 이 과정을 거쳐야 문화의 유추해석에 대한 창조나 창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청사초롱은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시집을 올 때 길을 비추어주는 것으로 조선후기에 왕세손이나 일반인이 혼례식에 사용했던 초롱을 의미한다. 나는 이 시점에서 풍등소원등날리기 행사를 청사초롱소원등날리기로 수정 시행하기를 제안한다. 문화의 계절이 끝나간다. 시작은 끝을 의미하고, 끝은 다시금 시작을 의미한다. 이 겨울이 지나면, 또 다시 문화의 계절이 다가올 것이다.

잘못된 문화의 재현과 복원은 기울어진 건축물 같이 애물덩어리가 되고 만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전라북도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루미나리에의 철거 모습에서 반면교사를 생각하며 조금은 더디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급하다고 빨리가서 되돌아오는 헛수고를 하지 말고, 늦지만 제대로 가는 백년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설계도가 중요하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왕궁 유적지 일원에서 풍등소원등날리기와 무왕천도입궁식을 재현한 행사가 있었다. 우선 적은 예산으로 행사를 주관한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나는 풍등소원등날리기 행사가 국적이 불분명한 정체성 없는 행사로 발전되기를 원치 않는다. 차후 풍등을 청사초롱으로 바꾸어 문화상품을 만드는 문화적 변형을 생각해 보고 싶다. 또한 무왕천도입궁식은 철저한 문헌적 논리의 고증과 자료 분석을 통한 창조와 창작의 단계를 거쳐 보다 더 품격있는 이 지역의 문화상품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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