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라 불리는 기능장 거쳐 명실상부 신의 경지 도달

17살 때 처음 가위 잡아 33년간 현장에서 실력 갈고 닦아

대학서 후학 양성 등 사회적 책무 주력…헤어전시회 준비

사회적기업인 (유)노블레스를 운영하는 헤어 디자이너 강정희 대표(50)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하루하루가 바쁜 나날이다.

이‧미용실 예약 손님 맞으랴, 가발 제작하랴, 웨딩 준비하랴 하루 종일 눈 코 뜰 새가 없다. 여기에 일주일에 두 차례 대학 강단에 서야 하기에 집에 돌아오면 몸은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평생을 함께해 온 좋아하는 일이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보람찬 사명이기에 마음만은 깃털처럼 가볍다.

33년 간 오롯이 한 우물을 판 그가 마침내 익산시 제1호 이‧미용 명장(名匠)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오는 19일 명장 인증 수여식과 현판식을 갖는다.

이‧미용 분야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장인에게 주어지는 ‘영광의 타이틀’이다. 헤어 디자이너로는 전북 최초다.

이미 그는 2012년 헤어 디자이너 사법고시라 불리는 ‘이‧미용 기능장’을 획득한 ‘신의 손’이기도 하다.

#17살 어린 나이에 입문 33년 외길 인생

주현동에서 태어나 동산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7살 어린 나이에 이‧미용업계에 입문했다.

그가 첫 가위를 잡은 곳은 대한민국 최고의 번화가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말이 미용사(스텝)지 생고생 그 자체였다. 아침 일찍 출근해 하루 종일 바닥을 쓸고, 수건 말리는 일을 도맡아했다.

그러길 5년. 처음으로 가위를 잡고 마침내 손님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첫 손님은 남자. 손이 얼마나 떨렸던지 온 몸이 땀에 젖어 옷을 갈아입어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스프레이를 뿌릴 때에는 방향을 반대로 해 눈을 한동안 뜨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초급 디자이너 시절 생긴 상처로 그의 손은 흉터투성이다. 크고 작은 상처로 소독약을 달고 살았지만, 머리카락을 자를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아픈 줄도 몰랐다. 돈을 번다는 기쁨보다도 손님을 맞게 됐다는 즐거움이 더 컸기 때문.

그는 “정말 초창기 시절엔 너무 힘들었다. 힘줄이 끊어져 위기의 순간을 맞기도 했다. 익산으로 내려갈까 수 십 번 아니 수 백 번도 더 생각했다. 하지만 손님의 머리를 완성한다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날 강정희가 가능했던 것 같다 ”고 회고했다.

#꿈에 그리던 미용실 오픈…“돈 셀 시간이 없었다”

그는 1997년 20대 후반 늦은 나이에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마침내 국가에서 인정하는 헤어 디자이너의 꿈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에 뛸 듯이 기뻤다.

그는 그동안 모은 돈을 털어 역삼동에 미용실을 오픈했다. 숍은 순식간에 손님들로 북적였다. 기술이 뛰어난데다 트렌드를 읽는 눈이 남달라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 고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새벽 3시 결혼식 예약 손님부터 밤늦은 직장인까지 줄을 섰다. 달보고 출근해 별보고 퇴근하는 일을 수년째 반복했다.

그는 “돈 셀 시간이 없어 금고에 쑤셔 넣어 두었다가 쇼핑백에 담아 일주일에 한 번 은행에 저금했다. 130평 숍에 30명의 디자이너가 있었다. 한 명당 의자 2개씩을 주고 그래프로 성적을 매겨 연말에 성과급을 따로 줬다”고 말했다.

#서울 성공시대 접고 ‘짝’ 만나 화려한 귀향

성공 시대를 달리던 그는 2002년 서울생활을 접고 익산으로 돌아왔다. 돈 버느라 결혼 시기를 놓친 그는 외동딸 결혼하는 게 소원이라는 어머니(전명덕 여사‧74)의 성화에 못 이겨 귀향을 선택했다. 17살에 떠나 거의 20여 년 만에 돌아온 고향 땅이었다.

그는 선본지 석 달 만에 웨딩마치를 올렸다. 36살 골드미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는 바로 배용구 씨(한국환경공단‧52). 결혼 12년차인 이들은 곤충박사를 꿈꾸는 아들 선용 군(북일초 6학년)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가정을 일군 그는 익산 대학로에 미용실을 오픈했다. 최신 트렌드를 추구하는 그이기에 미용실은 금세 유명세를 탔다. 하루 매출도 익산에선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짭짤했다.

하지만 이 시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공부. 이‧미용 분야 최고가 되기 위해 심화과정에 매달렸다.

#이‧미용 분야 최고 경지 ‘기능장’획득 영예

그가 목표를 두고 공부한 것은 바로‘기능장.’ 그는 2012년 사법고시라 불리는 ‘ 이‧미용 기능장’두 개를 거머쥐었다. 세 번 떨어지고 네 번째 붙은 3전4기 투혼 끝에 합격한 영예다.

기능장 실기시험은 인간 복사기 수준. 커트 문제의 경우 mm까지 엄격히 따져 웬만한 기술로는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상위 1% 정도에게만 주어지는 그야 말로 신의 경지다.

그는 “먼 훗날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기능장에 도전했다. 덕분에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원광보건대학교 피부미용테라피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차례 2학년과 심화과정 학생들을 가르친다. 커트에서부터 올림머리, 스타일링 등 현장 위주 강의이기에 인기가 높다.

#사회적 기업 운영 ‘나눔의 가치’창출

그는 2016년 (유)노블레스를 창업했다. 화려한 미용기술을 매개체로 취약계층과 나눔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만든 회사. 올해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된데 이어 내년 정식 인증을 남겨두고 있다.

옛 익산경찰서 맞은편 건물에 둥지를 튼 회사는‘이‧미용‧가발‧웨딩’등 3개 분야 사업을 한다.

가발은 맞춤형 제작. 그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주문한 가발이 들어오면 커트를 직접 한다. 가발은 커트가 생명이라는 그는 이 부분 만큼은 대만민국 최고라고 자부한다.

회사 1층에 자리한 웨딩은 드레스 대여에서부터 화장, 헤어, 사진 등 토털 서비스다. 사회적 기업답게 다문화가정과 탈북자 등 취약계층에겐 저렴하게 봉사한다. 스튜디오를 갖추고 결혼사진과 돌 사진도 찍어준다.

2층에 마련된 이‧미용은 100% 예약제다. 기본 커트는 1시간, 아이롱 펌은 4시간 정도 걸린다. 비용은 5만~50만 원정도 든다.

#13년째 재능기부‘봉사여왕’…“낮은 곳에서 임할 터”

그는 한 달에 한 번 봉사활동에 나선다. 13년째 논산 쎈뽈요양원을 찾고 있다. 자신을 기다리는 어르신들 생각에 바쁜 일과지만 가급적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이제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할 때다. 취약 계층을 위해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싶다. 낮은 곳에서 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연말 헤어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명장 선정 기념 개인전인 셈이다.

이․미용 분야 최고봉에 오른 강정희 명장. 그는 오늘도 쉼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우창수 기자

#강정희 명장이 걸어 온 길

-원광대학교 대학원 졸업

-이용․미용 기능장

-훈련교사 자격

-사회복지사 자격

-국가고시 이․미용 감독위원

-이․미용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대한미용사회 익산지부 상무위원 역임

-원광보건대학교 겸임교수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 기업 대표

-원광대학교 뷰티디자인 박사과정 재학

-뷰티문화 교육 및 산업발전 기여 국회 표창

-미용장 마스터 출간

-응용커트와 실무 서비스 출간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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