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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벌레농장 대표 |
2017년도 마지막 한주만 남았다. 황금색 들녘도 하얀 이불을 덮고 있다.
코이(koi)라는 잉어는 어항에 넣어두면 5-8cm 밖에 자라지 않지만, 수족관이나 연못에서는 15-25cm까지 자라며 강물에 방류해 바다로 보내면 90-120cm까지 성장한다고 한다.
같은 물고기인데도 환경에 따라서 피라미로 살기도 하고 대어가 되기도 하는 신기한 물고기다.
노는 물에 따라 물고기의 크기가 달라지듯이, 사람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 타협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인생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코이의 법칙이다.
가만히 한해를 되돌아본다.
2017년은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중요한 한해였다. 귀농 후 노력한 결과들이 올해 눈으로 드러났다. 예년에 비해 강의요청이 많았다. 단순히 횟수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강의요청 주제도 다양해 졌다. ‘귀농・귀촌’에서 ‘유통 마케팅’까지 이야기 한다.
농부가 농사나 말하지 마케팅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그렇게 생각한다면 빨리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마케팅’이란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가히 마케팅 홍수의 시대라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미국 마케팅 협회에서는 ‘고객에게 가치를 창출하고 의사소통하며 조직과 주주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고객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조직적 기능이자, 일련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농민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에서 위와 같이 말한다면 이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머리 속에 그림으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경영학 책에는 ‘생산자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유통시키는데 관련된 모든 체계적 경영활동’이라 쓰고 있다.
미국 보다 조금 쉽지만 그래도 어렵다.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면서 마케팅에 대해 스스로 이렇게 정리 했다.
제 값 받고 꾸준하게 잘 파는 것. 농업에서 만큼은 딱 맞는 말이다.
1. 제값을 받는다는 말은 가격(Price)에 가치(Value)가 반영돼 있다. 소비자도 적정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해야 한다. 밥 한공기의 쌀은 300원이 제값이다.
2. 꾸준하다는 말은 1회성 거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연속적이어야 한다. 봄에 감자를 사고 여름에는 옥수수 가을에는 고구마 겨울에는 김장배추까지 지속적으로 농민과 소비자는 연결(Connect)되어 있어야 한다.
3. 잘 판다는 말은 판매가 어렵지 않고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시대는 헬기와 포크레인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일부러 오일장을 찾고 재래시장에서 추억을 담아 온다. 지역과 농작물에 따라 강점(Strength)을 가지는 시장이 존재한다.
농부의 마케팅과 경영학자의 마케팅은 이렇게 다르게 쓰고 읽는다. 등이 가려울 때는 등을 긁어 주는 사람에게 가려운 곳을 말해 줘야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백날 이야기 해봐야 입만 아프다.
직거래와 꾸러미판매를 하면서 실천하고 있는 실천 마케팅이야기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귀농귀촌 개인마케팅교육동영상에 담겨있다.
어항이나 수족관에서 만족하는 코이가 아니라 꿈은 바다를 향하고 있다.
2018년은 ‘황금개띠 해’다. 예로부터 황금은 소중하고 최고로 값진 이름에 붙는다.
우리 농부들에겐 금보다 더 값진 것이 있다. 바로 씨앗이다. 금 1g은 대략 5~6만 원 정도 한다. 파프리카종자 1g가격이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9만 원, 토마토종자 1g 가격은 12~13만 원 까지 나간다.
사람들에게 황금은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지만 농부는 황금보다 비싼 종자를 자랑하지 않고 묵묵히 심고 가꾼다. 농부에게 종자는 새로운 시작이고 희망이다.
모두에게 푸른 바다가 펼쳐 있다. 우리 모두는 능력과 꿈이 다르고 삶의 목표도 차이가 있겠지만 혹시 스스로 어항에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
진실한 마음으로 어항을 뛰쳐 오르고 성실한 자세로 연못을 넘어 푸른 바다로 절실하게 달려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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