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고등학교장

참 힘겨웠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 2017년을 보내고 무술년 새해를 맞이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는 산꼭대기에 올라 또 누구는 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해의 결심과 소망을 다짐한다.

얼마 전 타시도 교감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지도 연수에 특강 강사로 초빙돼 타지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됐다.

마침 또 다른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함께 있던 젊은 교수 한분과 일행이 돼 저녁식사를 했다.

대화가 무르익어 갈 무렵, 지난번 체험했던 고공강하(텐덤 스카이다이빙) 영상을 보여주며 자랑삼아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한 가지를 실천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마주앉은 교수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교장 선생님, 방금 버킷리스트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버킷리스트라는 말보다 드림리스트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그의 말은 이랬다. 버킷리스트는 내가 죽고 나면 나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내가 이루지 못했던 목록(List)에 적힌 일들을 대신 이뤄 달라는 의미란다. 그러니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해보고 싶은 것들은 버킷리스트 보다 드림리스트가 더 적격이 아닐까 라고.

버킷리스트는 중세 유럽에서 자살이나 교수형을 할 경우 목에 줄을 걸고서 딛고 있던 양동이를 발로 차내던 (kick the bucket) 관행에서 유래했다. 이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는 2007년 ‘잭 니콜슨’(에드워드 콜 역)과 ‘모건 프리먼’(카터 챔버스 역)이 주연한 코미디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면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커다란 줄거리는 이 말기 환자 둘이 죽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을 비롯한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록을 작성해 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같이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셸비 무스탕을 운전하고, 북극 위를 비행하고, 프랑스 레스토랑 Chevre d'Or 에서 식사를 하고, 인도의 타지마할을 방문하고,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오토바이를 몰기도 하고, 아프리카의 사파리에서 모험을 즐기기도 한다. 그렇게 많은 것들을 이뤘지만 둘은 가족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서로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곡절 끝에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가지만 결국 카터는 암이 악화돼 수술대에서 숨을 거뒀다. 카터가 숨을 거두면서 이루지 못한 것은 살아남은 에드워드가 하나씩 실행하면서 그 목록에서 지워나간다. 

물론 버킷리스트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이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영화의 줄거리에서는 내가 못다 이룬 것들을 살아남은 자들이 이루어 주기를 바란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꼭 해보고 싶은 목록들을 적고 실천해가는 것을 ‘꿈의 목록’즉 ‘Dream List’라 부른다면 훨씬 그 의미가 깊어지지 않을까.

문득 지난해 학생들과 함께 하는 특강시간에 들려주었던 나의 ‘버킷리스트’ 아니 ‘드림리스트’를 떠올려 본다. 한 해 동안 책 30권 이상 읽기, 외발자전거 타기, 해마다 1회 이상 철인 3종 킹 코스 완주, 드럼 연주, 스카이다이빙 라이선스 취득, 중국 고비사막 마라톤 완주, 헌혈 500회 등. 그중 서너 가지는 실천에 옮겼지만 아직 진행 중이거나 가슴속에 숙제로 남아있는 것들도 있다.

살아가면서 해보고 싶은 일 또 해야만 하는 일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꿈들을 하나씩 실천해가는 삶, 도전하고 성취하는 삶이 참으로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밝아온 2018년 새해에 이루지 못한 나의 드림리스트 실천을 위하여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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