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칠요리전문점 명아우리 대표

나에게도 드디어 인륜지대사가 생겼다.

장성한 큰 아들이 짝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34년 전 추운 겨울날에 나한테 선물처럼 오더니 추운 날 남의 남편이 된단다.

아들 며느리가 직장이 서울인지라 예식장 장소를 어떻게 할지 고민한 끝에 “결혼식 날은 너희의 날이니 알아서 해라”고 맡겼더니 예식장을 서울로 잡아버렸다.

그래서 결혼식 일주일 전에 피로연을 우리 집(명아우리)에서 치르기로 했다.

하필이면 제일 추운 날 집에서 치르려니 너무 심란했다.

집안행사로서는 전에 시어머님 일을 치르고 난 후 처음 주관하는지라 음식도 걱정되었다.

추운 날 따뜻한 국물이 나을까 싶어 예전에 시어머님께서 시아버님회갑연에 소머리국밥을 만드시던 게 기억이 났다.

나도 전에 소머리국밥을 만들어 본 적이 있었던지라 과감하게 소머리국밥을 하기로 했다.

잘 손질한 소머리를 사서 핏물을 뺀 후 큰 통에 넣고 가스 불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육수가 뽀얗게 우려나지 않았다.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잡 뼈도 넣었건만 무심하게도 기대치에 이르지 못했다.

정육점하는 동생한테 구원 요청했다.

“동생. 왜 우려나지 않을까?”

“누님 곤자소니(소의 창자 끝에 달린 기름기가 많은 부분)도 넣어야 될 겁니다.”

“아 그래.”

전화를 끊고 다른 일 하느라 깜박 잊어버리고 계속 끓이기만 하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동생이 곤자소니를 가져다 놓았다.

곤자소니를 물에 서너 시간 담가 핏물을 뺀 후 소머리 끓이던 솥에 넣자 서서히 뽀얀 육수가 우려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머리고기는 익어 채반에 건져다가 조금 식힌 후 육수에 넣을 크기로 잘라놓았다.

잘되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반기대반에 마음졸이는 사이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어섰다.

내일이 피로연인데 마음만 앞선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한 마음이었다.

또한 돌아가신 시어른들 생각도 많이 나는 밤이었다.

중불로 조절해놓고서 잠깐 잠이 들었다.

자는 도중 고소한 냄새에 놀라 깼다.

달려가니 “우와”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드디어 내가 바라던 뽀얀 사골육수가 완성된 것이다.

밤새 큰 솥에 하나 가득 만들어 놓으니 마음만은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추운 날 따뜻한 소머리국밥 한 그릇이 결혼 축하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 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건강을 기원하며 정성껏 상을 차렸다.

“맛있게 잘 먹었다”는 하객들의 말에 음식 만드는 사람으로서 행복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들 며느리도 따뜻한 마음으로 각박한 세상을 녹여주고, 다복하고 건강한 가정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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