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흥·홍순임 부부 따뜻한 커피 인심에 단골 많아

이웃사랑도 실천 용동면 희망동행 기부 착한가게1호

호남선을 달리는 기차가 호남에서 가장 첫 번째로 도착하는 ‘용동역.’ 한 때는 주요 교통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여객열차가 더 이상 서지 않는 무인 간이역이다. 비록 담쟁이넝쿨이 휘감고 인적이 끊겼어도 역사(驛舍)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며 운치마저 더하고 있다.

용동역과 한 시대를 풍미한 ‘역전농약사’도 여전하다. 극심한 이농현상으로 규모가 작아졌고, 손님도 예전보다 훨씬 줄었어도 변치 않는 주인 부부의 인심 덕분에 찾는 단골이 많다.

법 없이 살 정도로 인상이 서글서글한 김기흥(60)·홍순임(57) 부부가 역전농약사를 한 지는 올해로 27년 째. 결혼하자마자 문 열었으니 부부의 연을 맺은 지도 어언 27년째다.

기흥 씨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뜻을 어긴 적 없는 효자. 부안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던 순임 씨를 중매로 4번 만나 결혼했다. 신혼여행 때는 승객명단에 부인 이름을 ‘임순홍’이라 거꾸로 쓰기도 했던 순박한 시골청년이었다. 부부는 지금도 신혼여행 때 이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애정을 과시하는 천생 잉꼬부부다.

역전농약사는 큰딸 현주 씨(26)와 아들 창용(24)·창현(20) 씨를 낳고 키운 가족의 소중한 보물1호.

부부는 “한창 잘나갈 때는 멀리 시내에서도 찾는 손님들이 참 많았다. ‘역전농약사’라는 말만 듣고 익산역으로 찾아가는 손님들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상호 앞에 용동을 붙여 ‘용동 역전농약사’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농촌인구가 급속히 줄면서 5년 전부터는 큰 벌이가 되어주지 못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누구나 쉬었다가는 ‘동네 사랑방’이라는 것.

부부는 “27년 간 동네 아저씨들과 형님, 동생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곳이다. 요즘 같은 농한기는 물론이고 바쁜 농번기에도 믹스커피가 다방보다 많이 나갈 정도다. 시내로 이사 간 동네 형님이나 동생들도 찾고 있다. 옛 정과 향수 때문에 찾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벌이가 좋지 않아도 가게를 접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부는 현재 벼와 수박하우스 등 1만 평 농사도 짓고 있다.

부부는 이웃사랑도 실천하고 있다. 12년 간 매월 사회복지시설에 성금을 보냈다.

지난 1월 말에는 매월 역전농약사 매출액의 일정액을 용동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희망동행-복지허브화 사업에 정기 기부키로 했다. 역전농약사는 용동면 착한가게 1호점이 됐다.

부부는 “요즘 농약은 ‘작물보호제’라고 부른다. 독성을 없애고 농작물을 보호하는 약이다. 아무리 좋은 약도 사용방법대로 해야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작은 정성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아갈 것”이라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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