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어 어미염소 50마리 1년 만에 3배로 늘린 프로농사꾼

마흔한 살 동갑내기 김단오·이영란 부부. 이들은 황등면에서 고기종인 ‘보어염소’를 키우는 ‘염소부부’다.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보어염소는 흰색, 갈색 무늬가 섞인 종으로 호주에서 ‘육용종’으로 개량한 염소다. 지육률(고기와 뼈)이 60%로 높아 수요가 많다.

농장은 황등면 황등리 1-1번지. 차상마을 표지석 맞은편 골목 ‘염소자리 농장’이 부부의 삶의 터전이다. 1천500평 땅에 200평 축사, 하우스 2개동에 염소 190마리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3월이면 어미 염소만 150마리가 된다. 2016년 3월, 어미 염소 50마리로 시작해 1년 만에 3배로 늘린 프로 농사꾼이 된 것이다.

어미 염소 1마리가 한 번에 2마리를 낳기 때문에 1년 안에 새끼 염소 300마리씩 얻을 수 있어 연수익 1억 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부부는 “보어염소는 가격 등락폭이 높긴 하지만, 1마리에 암컷은 평균 60~70만 원, 수컷은 평균 50만 원에 거래된다. 특히 유통업자들이 와서 사가기 때문에 판로 걱정도 없어 투자대비 고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축산농업”이라고 활짝 웃었다.

부부는 귀농 전엔 서울에서 잘나가는 회사원이었다. 단오 씨는 외국계 회사인 존슨앤존슨, 캘로그에 다녔고, 부인 영란 씨는 협력회사 직원이었다. 1년 열애 끝에 결혼한 부부는 세 딸 유하(13)·주하(10)·별하(8) 양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다 2015년 몸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가까이서 모시기 위해 고향인 황등으로 귀농했다. 처음엔 닭고기 소매에 손을 댔다가 실패해 6개월 만에 접고, 염소 농장 문을 열었다.

농사에 농자도 모르고 살던 부부는 1년 간 열심히 염소하고 살았다. 세 딸을 황등남초에 등교시킨 후 오전 9시엔 사료를 주고, 오후 4~5시엔 수입건초를 먹이며 살을 찌웠다. 새침데기 서울댁인 영란 씨는 염소를 자식처럼 정성을 쏟았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엔 염소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보온등과 보온매트를 설치했고, 어미 염소와 갓 태어난 새끼염소들을 위해 출산방도 만들었다. 어린 염소들이 사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출입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아픈 염소는 격리시켜 케어하고 있다. 주사도 직접 맞히며 수의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것 말고도 부부의 성공비결은 바로 ‘개체관리’다. 목줄에 인식표를 달아 분류하는데, 근친이 안 되도록 생후 3개월이면 암컷과 수컷을 분리하고, 적응력이 부족한 염소는 다른 우리로 옮겨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무엇보다 암컷은 임신가능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농장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 보통 8개월 정도 새끼를 낳으면 우수, 1년은 보통, 1년 이상은 도태시킨다.

부부는 앞으로 농장을 발판으로 육가공 사업을 꿈꾸고 있다. “염소 고기는 오리고기처럼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지방이 3%밖에 안 돼 인체에 쌓이지 않는 건강식이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고기다. 한국인의 취향에 맞게 숯불갈비 형식의 육가공을 통해 한국 음식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