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여중생 피해계기 센터 개소시켜

‘미투(Me Too).’ ‘나도 너와 똑같은 경험을 했다’라는 뜻의 이 영어는 최근 성폭력 피해자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연달아 고발하는 대명사가 됐다.

‘미투 해시태그(#MeToo)’를 붙여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우리와 함께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가진 미투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간 공감을 통해 연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미투 운동은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범죄에 취약한 유색 인종 여성 청소년을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다. 2017년 10월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제안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권력형 성폭력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후 미투 운동이 정치, 문화, 예술계 등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엔 이윤택 밀양연극촌 예술감독의 성추행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제 더 이상 성폭력 피해를 감추고 싶은 자신의 민낯으로 치부하지 않고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고, 미래의 가해자에게 강한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사회운동이다.

김병륜 전북서부해바라기센터 소장(45)도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원광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전문의)인 김 소장은 2017년 12월 20일 원광대병원에 ‘전북서부해바라기센터’를 개소시킨 주역이다. 전북서부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성매매, 가정폭력 피해자를 구제 지원하는 기관.

김 소장은 2016년 여성가족부에서 해바라기센터 설치 공모가 났을 때 최두영 원광대병원장의 특명을 받고 유치전에 뛰어들어 원주기독병원을 제치고 해바라기센터를 따냈다.

김 소장은 “2000년 원광대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할 때 어린 여중생의 성폭력 피해를 알았던 것이 해바라기센터를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신념이 됐다”고 고백했다.

당시 어린 여중생이 성폭행을 당한 후 임신이 됐는데도 부모에게 사실을 숨겼고, 점점 배가 불러오는 것을 본 엄마는 많이 먹어 살찌는 줄로만 알고 딸을 헬스클럽에 보냈다가 나중에 만삭으로 출산할 때가 되어서야 모든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옆에서 들은 김 소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는 성폭행 피해구제나 지원받을 수 있는 마땅한 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여학생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늘 마음의 숙제로 남았다.

마침내 숙제 하나를 해결한 김 소장은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인술을 펼치는 것이 소신이다. 해바라기센터를 찾는 피해자들도 이런 마음으로 돕겠다”고 다짐했다.

익산, 군산, 부안, 고창, 김제지역을 관할하는 전북서부해바라기센터는 전국 14번째 통합형(위기형+아동형) 센터다.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는 예산지원, 원광대병원은 운영, 전북지방경찰청은 인력지원 등 4자 협업기관으로 365일 24시간 운영된다.

인력 편제는 최두영 병원장을 센터장으로, 김병륜 소장, 성폭력상담 11년차인 김지선 부소장 아래 의료지원팀(팀장 김선주) 2명, 상담법률지원팀(팀장 김미경) 5명, 심리지원팀(팀장 여광범) 3명, 행정지원팀 조정숙 씨, 수사지원팀(팀장 김지영 경위)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원광대병원 1층 원무팀 옆에 있는 원내센터는 ‘위기지원센터’, 신축한 원광대병원장례식장 옆 원외센터는 ‘심리치료센터’다.

위기지원센터는 진료실, 진술녹화실, 모니터링실, 상담실 겸 조사실, 피해자 안정실이 구축돼 있다. 이곳에선 응급처치 및 증거확보, 산부인과 진료 및 치료, 기타 외상치료, 무료 법률 지원 등이 이뤄진다. 김 소장은 응급의료지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심리치료센터는 정신과 전문의 진료실, 심리치료실, 임상심리실, 집단치료실로 구성돼 있다. 전국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심리치료센터다.

김 소장은 “해바라기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전북서부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숨지 말고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아픔을 딛고 밝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전북서부해바라기센터 문의는 ☎063-859-1375.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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