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배 조합장 취임 8개월 만에 분위기 쇄신 조합원 신뢰회복

고구마 선별장 이전신축·내년 학교급식 친환경쌀 전량 공급

21일 오전 11시, 삼기농협 창구. 조합장실에서 나온 박기배 조합장이 온수기 앞으로 가더니 따뜻한 물을 받아 율무차 2잔을 만든다. 양손에 율무차를 들고 걸어간 곳은 창구에서 여직원과 일을 보고 있는 조합원들. “뜨거우니 천천히 드시라”며 건네는 박 조합장, “고맙다”는 말과 함께 웃음 짓는 조합원들 간 표정이 서로 정겹다.

박 조합장 취임 후 달라진 삼기농협 분위기다.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조합원을 지역 어르신, 형님, 동생처럼 여기는 그의 마음가짐이 물씬 풍긴다.

박 조합장은 지난해 6월 14일 고 정세환 전 조합장 유고로 치러진 삼기농협 조합장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당선했다.

1천80여 조합원들이 위기에 빠진 삼기농협을 구조하는 선장으로 박 조합장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조합장은 익산군산축협에서 31년 동안 기획총무 파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관리자. 특히 상임이사로 취임하자마자 64억여 원의 부채를 1년 반 만에 해결해 익산군산축협을 존폐위기에서 구해낸바 있다.

선거 다음날인 15일부터 삼기농협 조합장 업무를 시작한지 어느덧 8개월 여. 박 조합장은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을 해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삼기농협의 ‘안정.’ 취임 당시엔 상급 관리자인 상무 자리가 비어있었고, 직원들은 경직돼 있었다. 홀로 1인 4역을 맡느라 힘들었지만, 분위기 쇄신에 적극 나섰다.

뒷말 않고 남 탓 않는 성격인 박 조합장은 전임 조합장 재직 시 문제를 트집 잡지 않고 “앞으로 잘하면 된다”며 개선할 점을 찾도록 해 직원 스스로 사기 진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우며 조합원들과 스킨십을 넓혀 떨어진 조합원들의 신뢰도 회복했다.

2017년 말 자산, 예금, 대출 증가는 물론 당기순이익도 2016년보다 5천만 원이 늘은 2억5천100만 원을 기록해 조합원들에게 되돌려주기도 했다.

조합장 취임 첫날 직원 20명보다 가장 먼저 출근해 몸에 밴 부지런함을 보였던 박 조합장. 친한 몇몇 조합원들이 “직원들이 불편해 하니 너무 일찍 출근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출근시간을 늦췄지만, 오전 8시 40분이면 어김없이 조합장실에 불이 켜진다.

상식이 통하는 삼기농협, 소통하는 삼기농협, 조합원이 주인 되는 삼기농협을 꿈꾸는 박 조합장. 21일 그를 만나 앞으로 사업 구상을 들어봤다.

고구마 선별장 이전 신축 생산성 품질향상 기대

박 조합장은 그동안 신용사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삼기농협 사업구조를 개선했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비중을 5대 5로 맞춰 기울어진 저울추의 균형을 잡았다.

특히 박 조합장은 삼기 특산물인 고구마 판로 확대에 발 벗고 나섰다.

약 50농가가 약 300ha에 재배하는 삼기 고구마는 수매량이 약 400톤, 수탁량이 약 1천500톤으로 명실상부 삼기면 대표작물.

하지만 그동안엔 서울경기 농수산물도매시장에만 내다팔아 진가를 내지 못했다.

박 조합장은 삼기 고구마를 ‘소포장’해 익산과 전주에 판매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또 탑마루조합과 연계해 광주와 제주까지도 판로를 넓혔다.

고구마의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도 추진해 올해 성과를 내게 됐다.

현재 고구마 선별장은 세척기가 노후 되고, 저온저장고와도 거리가 800m가량 떨어져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박 조합장은 전북도 공모사업인 상품화기반시설구축사업을 따내 총 사업비 8억 원 중 80%를 전북도에서 보조받는 성과를 올렸다.

선별장은 저온저장고 옆에 이전 신축된다. 현재 설계 중이고, 오는 7~8월 경 본격 고구마 출하 전에 완공할 계획이다.

박 조합장은 “선별장이 새로 지어지면 고구마 세척시설 등이 좋아져 최상품의 고구마가 생산되고, 업무 직접화로 생산성도 향상돼 농가의 고수익이 기대된다”고 미소 지었다.

철저한 미질 관리 좋은 밥맛으로 음식점 공략

박 조합장은 “햅쌀이건 묵은쌀이건 연중 밥맛은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삼기농협 RPC와 저온저장고를 통한 철저한 미질관리를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좋은 밥맛을 유지하기 위해선 미질관리가 중요하기 때문.

박 조합장은 “동물이나 식물은 자연의 섭리대로 잠자고 깨고, 후대를 키운다. 식물은 온도에 따라 이런 활동을 한다. 추운 겨울엔 모든 식물이 활동을 안 하듯이 저온저장고에서 일정하게 낮은 온도를 유지하면 나락은 잠을 계속 자게 된다. 즉 갓 수확한 햅쌀 상태로 보존되는 것이다. 때문에 햅쌀이나 묵은쌀의 밥맛이 일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농부가 농사를 잘 짓는 것은 첫 번째 중요하지만, 농협에서 농산물을 잘 관리해 가공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조합장은 현재 무주, 서울, 익산시내 음식점에 납품하고 있는 삼기농협 쌀을 그가 다니는 식당과도 거래를 트는 등 세일즈 조합장 역할을 하고 있다.

박 조합장은 “우리 삼기농협 쌀보다 밥맛이 좋으면 모르겠지만, 밥맛이 좋지 않으면 한 번 써보라고 권유한다. 한 번 맛본 후에는 우리 삼기농협 쌀만 쓴다”고 자랑했다.

박 조합장은 삼기농협 쌀 브랜드인 ‘서동쌀’을 ‘코스모스 피는 신동진 들녘쌀’ 브랜드로 특화시켜 전국 공략에 나설 생각도 있다.

2019년 학교급식 친환경쌀 전량 공급 쾌거

박 조합장은 내년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친환경쌀을 삼기농협이 전량 공급하게 되는 쾌거를 이뤘다.

최신시설과 최대 규모 RPC와 저온저장고를 기반으로 한 철저한 미질관리가 주효했다.

올해부터 친환경쌀 농가와 계약재배로 전량 수매해 2019년부터는 익산지역 학교급식으로 공급하게 된다.

농산물 거래·농자재 구매 모두 삼기농협에서 유통

박 조합장은 삼기면은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라고 소개했다. 벼농사는 물론 고구마, 딸기, 상추 등 시설원예도 골고루 분포돼 있다고 했다.

구슬을 잘 꿰어 보배로 만들듯이 풍부한 농산물의 거래가 삼기농협을 통해 유통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올해는 특히 농자재 공장과 직거래를 통해 삼기농협이 대량 구입, 농가에 저렴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이런 유통구조로 작지만 강하고 부자 되는 삼기농협을 만들겠다는 것이 박 조합장의 각오다.

/우창수 기자

미니인터뷰- 박기배 삼기농협 조합장

“모든 것이 정직해야 발전이 있다”

상주박씨 집성촌인 삼기면 상갈마을 종가(宗家)의 5남2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박기배 조합장은 고향을 단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종가를 지키며 살고 있다.

삼기중 1회 졸업생인 그는 1983년 익산축협에 입사, 통합한 익산군산축협에서 총무기획 파트를 오랫동안 보았다. 지점장을 거쳐 상임이사로 근무하다 2014년, 31년간 정들었던 축협을 떠났다.

사교적이면서, 내성적이고, 엄격하기도 한 팔색조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그는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배우고 자라 변하지 않는 생활신조가 있다.

바로 ‘정직’이다. 지도자일수록 정직이 중요하다는 그는 직원들에게 결산 업무를 정직하게 하라고 지시한다. ‘잘못하면 혼나고 잘하면 칭찬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박 조합장은 “정직하지 못하면 상식에서 벗어나고 신뢰도 깨지면서 소통이 안 돼 조합원들의 주인의식도 갖게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모든 것이 정직해야 잘한 것과 못한 것이 구분지어지고, 그래야 삼기농협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역설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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