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규의 열린칼럼= 탈과 변명

김영규 한국예총익산지회장

‘탈’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의 사람얼굴을 덮어 가리면서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는 새로운 얼굴이다.

본디 얼굴로서는 나타낼 수 없는 현실적인 삶의 얼굴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민중적인 삶과 의식의 진면목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고 하겠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흔히 이중성격이니, 탈을 썼다느니 또는 철학용어로 ‘야누스적’이니 이야기한다.

한국 탈의 특징은 괴상망측하게 생겼다고들 말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탈이 우리 자신의 얼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무렇게나 별 뜻 없이 만든 것 같으면서도 한민족의 각계각층 얼굴들을 개성 있고 재미있게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와 같이 살아 있는 한국인의 얼굴인 탈은 그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얼굴을 가려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탈 뒤에 인간이 지닌 심성의 원형을 상징적으로 나태내기도 한다.

탈춤이나 그 놀이에서 본디 그 배역에 따라 다양하게 그 성격이 함축되면서 희로애락을 안으로 머금고 있어 탈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탈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삶의 진실을 가리고 왜곡하는 가면으로서의 탈이 아니라, 민중적인 삶과 의식의 진면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의미의 탈이다.

즉 신명의 춤과 몸짓 속에 살아 숨 쉬는 의식의 얼굴(탈)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탈의 실제적인 기능은 본디 얼굴로서는 나타낼 수 없는 현실적인 삶의 얼굴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있다.

한국의 탈은 그 전승담당자였던 민중의 소박한 생활감정과 꿈을 아주 꾸밈없이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으니 언뜻 보기에는 무섭고 어리석게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무섭지도 어리석지도 않으며,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따뜻함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지방선거의 계절이 닥쳐왔다.

벌써부터 탈인지, 가면인지를 쓴 예비후보자들이 많아 보인다.

우리지역의 희망과 장래를 위해서 짧은 기간이지만 정확한 안목으로 탈과 가면을 구분하고 선택하는 슬기를 발휘해야 할 시기가 닥친 것이다.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합리화 시키려 하거나 어떤 핑계로 모면하려는 말로 ‘변명’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 ‘시비를 가려서 밝힘’, ‘죄가 없음을 밝힘’, ‘잘못이 아닌 점을 따져서 밝힘’이라고 쓰여 있음에도 우리는 변명, 이 두 글자를 아주 좋지 않을 때 쓰고, 그렇게 느끼고 있다.

결국 변명은 문자 그대로 ‘밝혀 말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해서 자기 입장을 합리화 한다는 뜻’이 되어 버렸다.

치열한 과정에서 솔직하지 못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기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거나 핑계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제는 진정 변명 아닌 변명이나 탈이 아닌 가면을 쓴 자들은 사라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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