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애벌레숲 자연학교 대표

봄이란 계절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해(年) 만경강의 봄은 우리 일생에 단 한번이다.

예부터 만경강 주변을 넓게 펼쳐진 기름진 들판과 연못에서 자생하는 붉은빛 연꽃의 옥야홍련이라 했다. 또한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를 연상케 해 노전백리라고도 했다. 흔적은 남아 오늘날의 만경강은 봄에는 벚꽃 길을 산책할 수 있고, 가을에는 억새나 갈대사이의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완주군 동산면 사봉리 밤샘에서 시작한 만경강은 김제시 진봉면과 군산시 회현면 사이 서해로 흘러드는 강이다. 상류에는 대아저수지, 하류에는 전주천과 탑천이 만경강으로 흘러든다.

이번 봄에도 기대되는 만경강 천변의 벚꽃 길은 봄의 상징이자 만경강의 풍경이 되었다. 봄의 여왕인 벚나무는 봄철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는 나무다. 나무의 조직이 조밀할 뿐 아니라 너무 단단하거나 무르지도 않고 잘 썩지도 않아 글자를 새기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팔만대장경판에 사용된 나무 가운데 60%이상이 산벚나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산벚나무는 산에 사는 벚나무로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우리가 흔히 보는 왕벚나무와 달리 꽃과 잎이 거의 같은 시기에 나오는 산에 사는 벚나무다.

만경강은 과거에는 서해로부터 대장촌까지 배가 다닐 수 있었고 그사이로 신환포(김제), 목천포(익산), 사천리에 선착장이 있었다. 1920년에는 대농장을 경작하기 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완주 고산의 ‘대아리 저수지’를 착공했다.

그 뿐만 아니라 만경강 대부분의 구간이 경사가 완만한 사행이었고, 갈대밭 속의 여러 유로로 굽이 흐르던 것을 1924년 개수공사를 시작하여 유로를 직선상으로 만들고 그 양안에 제방을 축조하였다.

이러한 만경강의 역사를 보면 만경강에 얼마나 많은 종의 새들이 살았는지 상상할 수 있다. 목 부리와 다리가 길어서 얕은 물속을 걸어 다니며 먹이를 찾는 새들(두루미, 황새 등)과 여러 종류의 물새류들이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만경강의 환경이 바뀌면서 새들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한정된 개체 수만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 만경강의 최대 우점종인 청둥오리를 자주 관찰하게 되지만, 운이 좋으면 원앙도 관찰 할 수 있다. 원앙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해마다 짝을 바꾸는 텃새다. 분류상으로는 담수 오리류와 다르지만 생태가 비슷해 지상이나 수면에서 주로 식물성 먹이를 주워 먹는다. 담수 오리류보다 나무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고 둥지는 대개 나무 구멍에 만든다.

우리나라와 옛날 중국에서도 원앙은 부부 사이의 금슬을 좋게 한다고 해서 혼례를 치를 때마다 원앙 한 쌍을 선물하여 왔다. 그러나 실제로 원앙의 생태를 보면 원앙은 해마다 자기 짝을 바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흥길의 소설 ‘기억속의 들꽃’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만경강은 익산의 역사와 함께 한 물길이다.

만경강 주변의 식생들과 만경강에 찾아오는 새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관찰하게 된다면 만경강이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인디언의 퐁카족은 3월은 연못에 물이 고이는 달이라 한다. 물의 시작에 모든 생명이 시작된다. 움직이는 자연인인 새들처럼 하늘을 나는 것을 상상하며 풍경이 된 만경강을 거닐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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