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에서 한지공예가 된 임은희 작가

‘쓰리정샵.’ 옛 익산경찰서와 익산종로약국 사이에 있는 익산 유일 한지공예 공방이다.

임은희 한지공예가가 운수사업하는 부군 김대영 씨의 배려로 3년 전 차린 그와 그의 제자들의 작업실. 한 가지 취미나 특기로 모인 사람들이 수다를 떨며 정도 돈독히 쌓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쓰리정은 그의 세 딸 김현정·하정·서정 양의 이름 끝자리를 합해 지었다.

그의 호는 덕혜(德惠). 전주 천지암 현진스님이 덕과 은혜를 베풀며 살라고 지어준 법명이다. 그는 호를 따서 이 공방을 덕혜공방이라고도 부른다.

그는 10년 넘게 한지공예를 하며 무려 150여명의 제자를 길러낸 한지공예전도사. 제자 중에 자격증을 딴 사람만 100여명이다. 현재 수강생 40여명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가리켜 “평생 남을 가르치며 살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과를 나와 중고교 음악교사를 했다. 1~2년만에 학교 교사를 그만둔 그는 입시학원 원장이 됐다. 영등동 학원가에서 ‘종로엠스쿨’이라는 제법 크고 유명한 학원을 운영했다. 학원생 수가 무려 500여명이 될 정도로 잘 나갔다.

얻는 것도 많았지만, 잃는 것도 그에 못지않았다. 10여년 바깥공기 마실 시간도 없을 정도로 학원 교실에만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우울증이 찾아왔고, 몸도 점점 쇠약해졌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한지공예는 그가 잃었던 것들을 되찾는 시간이 됐다. 오로지 손끝에 정신을 몰두하다 보니 우울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몸도 건강해졌다.

한지공예는 우리나라 전통종이인 한지를 여러 겹으로 만든 합지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공예다.

쟁반, 함, 쌀통, 서랍장, 의자, 화장대, 테이블, 장롱 등 생활용품 종류만도 수천가지다.

작업은 만들고 싶은 물건을 디자인한 후 합지제조 회사에 주문을 해서 재료가 오면 모형을 만들고 겉과 속에 풀을 먹여 예쁘게 장식한다. 겉에 주름을 잡고, 탈색을 하고, 무늬도 낸 후 마감재를 발라 코팅한다.

한지공예의 장점은 물건이 숨을 쉬고, 썩지도 않고,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는 것.

한지쌀통에 쌀을 담아두면 한여름에도 바구미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통기성과 항균성이 뛰어나다.

한지는 풀을 먹이면 플라스틱보다 강하다. 바닥에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고, 사람이 밟거나 올라타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

그는 “한지공예는 집중력을 향상시켜 치매예방에 좋아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많이 하고 계신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전통공예”라고 예찬했다.

그는 오는 4월 쓰리정샵을 익산종로약국 건물로 이사한다. 2층엔 카페테리아, 4층엔 공방을 연다. 그는 더 나아가 한지공예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를 여는 게 꿈이다.

문의는 ☎010-7193-7070.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