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아 익산문화재단 문화정책팀장

중국 상하이에 가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복합문화공간 ‘1933 라오창팡’이 있다.

이 건물은 1933년에서 2002년까지 소, 돼지 잡는 도축장이었다. 그 크기는 동아시아 최대 규모로 불릴 만큼 실로 어마어마했다.

이 거대한 도축장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영국의 건축가가 모든 건축자재를 영국에서 들여와 Roman Basilica 형식으로 디자인했다.

전혀 색다른 건물로 변하자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을 말할 것도 없다.

현재는 관광 특수까지 누리는 명소로 성장했다.

가까운 전주에도 이와 같은 곳이 있다.

팔복동 전주 제1산업단지 폐 공장터가 ‘팔복예술공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5년 동안 가동이 멈춰있던 팔복동 폐 카세트 공장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시켜 시민과 예술인들에게 문화공간으로 개방하고 있다. 반세기만에 문화를 통한 재생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익산 공용버스터미널도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의 ‘문화터미널 조성사업’에 선정되어 터미널이 버스를 타고 내리는 단순 공간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회색빛이 감돌던 삭막한 버스터미널에서 수준 높은 라이브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다.

또 작은 미술관으로 변신해 그림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버스를 기다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앞으로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무료함이 아닌 즐거움으로 가득할 것이다.

이렇듯 전 세계의 도시정책이 바뀌고 있다.

무조건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던 재개발 방식은 한물갔다.

기존의 헌 건물을 부수지 않고 리모델링을 통하여 지역에 필요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추세다.

도시재개발, 뉴타운, 마을 만들기, 도시재생,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이 요즘 트렌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도시계획에 대한 방향이 바뀐다. 그나마 최근에는 도시재개발이 아닌 도시 ‘커뮤니티 플래닝’이 대두되면서 도시정책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커뮤니티 플래닝은 매력적인 주거환경을 만들고, 낡은 공간과 오래된 건물을 무조건 부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재생하여 지역의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본의 도시가 아닌 살맛나는 삶의 도시로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도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을 줄 수 있는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의식의 전환과 참여가 성공의 열쇠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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