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2시, 한 시내버스에 올라타자 말문이 막힌다. 의자며 손잡이 등 여기저기가 낡고 녹슨 데다 부서진 곳도 많다.

버스기사가 출발하려고 기어를 넣자 ‘그르륵’하며 긁히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차 전체로 퍼진다.

달리는 동안에도 ‘덜커덩’ 거리는 굉음과 진동은 계속된다. 발 밑에서 마치 차 부속이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따다다닥’하는 철판 부딪치는 소리가 승객들의 심장을 때린다.

승객들의 이마에선 어느새 식은땀이 줄줄. 공포체험이 따로 없다.

승객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고물 시내버스가 익산 도심을 질주하고 있다.

익산시에 따르면, 전체 시내버스 164대 중 사용연한 9년을 넘긴 차가 총 48대다. 10대 중 3대가 오래된 고물차인 셈이다.

48대 중 법적 최장 사용연한 11년이 도래해 폐차 직전인 시내버스는 9대이고, 2019년 폐차를 1년 앞둔 시내버스는 21대나 된다.

익산에서 시내버스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익산여객은 전체 78대 중 28대가 사용연한 9년을 넘었고, 신흥여객은 49대 중 12대, 광일여객은 37대 중 8대 순으로 고물차를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 시내버스도 33대나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익산시의 미세먼지 절감 정책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경유 시내버스는 출고한지 1~3년밖에 되지 않아 법적 최장 사용연한인 11년이 되려면 앞으로 8~10년은 운행해야 된다. 이들 경유 시내버스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 농도는 갈수록 짙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산시에 따르면, 3년 전만해도 익산 시내버스는 전체 164대가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였지만, CNG는 유가보조금이 단 한 푼도 없어 폐차한 버스를 유가보조금이 있는 경유 버스로 전환했다. 경유 버스 보조금은 리터당 380.09원이다.

시민 김모 씨(42·어양동)는 “버스는 시민들의 발이나 마찬가지다. 사용연한만 따지지 말고 승객 안전을 위해 고장이 잦거나 노후 된 차는 신속하게 교체해야 한다. 또 익산시는 전국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아주 높은 도시다. 미세먼지 절감 차원에서 경유 시내버스를 CNG 버스로 조기 전환, CNG 버스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전체 시내버스 164대 중 161대만 운행하고, 나머지 3대는 돌아가면서 예비차량으로 순환 배차해 안전점검 하고 있다. 꼭 사용연한이 아니더라도 고장이 심한 차는 폐차를 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20대를 새 버스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어 “다행히 정부에서 지난해 7월 이후 미세먼지 절감정책으로 CNG 버스에 대해 1㎥당 최대 67.25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특히 익산시는 폐차한 버스를 CNG 버스로 새로 구입할 때만 1대당 2천만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일반 노후경유차도 폐차할 수 있도록 차종과 연식에 따라 최대 770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해 미세먼지를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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