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숲 자연학교 대표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도 날씨의 변화무쌍함이 느껴지는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

‘길’은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을 의미한다. 다른 의미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인의 삶이나 사회적·역사적 발전 따위가 전개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함라산의 둘레길은 8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1코스(양반길-병풍길-명상길-역사길-입점리 고분 전시관)와 3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2코스(양반길-병풍길-건강길- 숭림사)의 ‘길’이 있다.

이렇게 이어진 ‘길’중, 병풍길은 대한민국 최북단 야생차밭 군락지가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차나무는 쌍자엽식물로 오아과아강, 차나무과(Theaceae), 동백나무속이다. 차나무의 번식은 종자번식과 영양번식이 모두 가능하나 영양번식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서 최북단의 야생차밭은 많은 의미가 있다.

씨앗은 방랑자다.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 여행하기도 하고, 바다를 떠돌기도 하는 씨앗도 있다. 어떤 씨앗은 동물을 이용해 이동하기도 하고, 씨앗을 던지는 ‘길’을 택하는 나무도 있다.

나무들 모두 자신만의 ‘길’을 만든 것이다.

함라산 둘레길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함라 삼부자집은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돌달김과 어우러져 있다. 이러한 어울림은 당시, 대를 이어서 부를 축적해 이어온 만석꾼으로 후한 인심을 베풀어 나눔과 상생이라는 소통의 ‘길’을 만들어 갔다.

그래서인지 삼부자 집에서 시작되는 함라산의 ‘길’은 포근한 어머니의 ‘길’이다. 우린 지금 어떠한 ‘길’을 가고 있을까?

‘길’이란 노래를 부른 가수 god의 가사가 머릿속을 맴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자신 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아직 오지 않은 ‘길’은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를 하게 된다. 오지 않은 ‘길’이 있기에 꿈을 꾸어 보고, 그 꿈으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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