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서 여자 야구 국가대표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남성여고 1학년 이지혜 양(16). 익산시 리틀야구단 출신으로 현재는 익산 어메이징 여자 야구단 소속인 이지혜 양은 어린 나이에도 다부진 체격으로 110km 강속구를 뿌리는 한국 여자 야구 국가대표 차세대 에이스다.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은 그녀는 오는 8월 22일 미국 플로리다, 비에라에서 열리는 2018 WBSC 여자 야구월드컵에 출전한다.

오른손 투수인 이지혜 양이 야구 글러브를 처음 잡은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린이날에 부모님으로부터 야구용품 선물세트를 받고 난 후 야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인형이나 소꿉놀이 대신 야구배트를 휘두른 그녀는 익산 리틀 야구단(이사장 이선호. 단장 임광수)의 창단멤버로 입단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전라북도 미래 인재상 (체육부분)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전국 리틀 야구 각종 대회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등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다.

162cm로 투수로서 그리 크지 않은 신장이지만, 어깨 힘이 좋아 110km대 강속구를 포수 미트에 꽂는다. 여자 야구선수들이 보통 80~95km대를 던지니까 그녀가 던지는 공의 스피드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주무기는 커브. 낙차가 크고 잘 꺾여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가 많다.

지난 7년간 그를 지도해온 익산시 리틀 야구단 김수완 감독은 “(지혜는) 익산어메이징 팀에서 유일한 고교생이다. 하지만 어린나이 답지 않게 제구가 안정적이고, 변화구와 직구가 좋아 성인무대에서도 잘 통한다”면서 “지금처럼 연습만 착실히 한다면 세계 마운드도 평정할 것”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녀의 롤 모델은 자신과 닮은꼴인 기아타이거즈 양현종 선수. 작은 키지만 볼 스피드가 빠르고, 다양한 구종을 이용해 위기 상황을 잘 넘기기 때문에 항상 보고 배운다.

여느 여고생처럼 오버워치 게임에 심취해 있는 그녀는 세계적인 인공지능 프로그래머가 장래 희망이다. 매주 화‧목요일은 익산어메이징에서, 토‧일요일은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여자 야구 국가대표 전용구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학교성적은 중상위권을 유지한다.

그녀는 오빠들처럼 공부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큰 오빠 재천 씨(28)는 미국에서 약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고, 둘째 오빠 재현 씨(27)는 하버드대학교 물리학과 박사과정 졸업을 앞두고 있는 엘리트다.

야구장을 나오면 생기발랄한 여고생으로 돌아오는 그녀는 피아노와 플루트, 기타 연주를 즐겨한다.

그가 이처럼 마음 놓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열혈 후원자인 부모님 덕분.

아빠 이문희 씨(영등동 엘리트학원장)와 엄마 남미향 씨(니트 영어전문학원장)이다. 엄마는 여자 야구 국가대표 전용구장이 있는 경기도 화성까지 매주 동행해주는 극성팬이자 매니저다.

이문희 씨는 “여자 야구 국가대표 상비군 지원자 100명 중 이틀간의 테스트를 통과한 40명에 1차로 선발되고 6주간의 평가훈련을 거쳐 최종 20명 안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면서 “우리 익산의 자랑이자, 가문의 영광”이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그녀는 “오랫동안 연습한 만큼 국제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하고 싶다. 익산을 세계에 알리고, 국위를 선양하고 돌아오겠다”며 “많은 성원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수줍게 웃었다. /황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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