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근교 수변공원 관리 손길 못 미쳐 벤치 썩고 흉물 전락

주민들 “천변 산책길·불빛다리 등 유원지 개발” 한 목소리

지난 24일 오후 6시,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경치 좋은 곳이 있다는 지인의 소개로 차를 몰았다.

동산동 익산옥야초등학교 앞길을 지나 다리를 건너자마자 ‘옛둑이마을’ 표지석을 끼고 우측 천변 길을 따라 100여m 정도 가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비록 축구장 1개 정도 면적의 작은 갈대숲이 우거진 공원이었지만, 그 주변 풍경은 어느 유원지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남쪽엔 드넓은 ‘호수’가 답답한 가슴을 뻥 뚫리게 했고, 잔잔한 물결은 떨어지는 햇빛을 받아 삼키며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호수로 흐르는 물줄기는 공원 옆으로 넓게 뻗어 계속해서 생명수를 공급하고 있었다. 강태공들은 “물이 더럽지 않고, 큰 붕어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 호수를 ‘석탄동 유천배수장’이라고 불렀다. 약 15년 전후로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배수장 위 하천을 넓고 깊게 파 자연히 넓은 호수가 됐다고 했다.

익산시는 이 유천배수장 위 돌출된 땅에 공원을 조성했다. 돌조각 하나 전시한 것 없이 갈대숲에 나무 가드레일과 밧줄 울타리, 몇 개의 벤치가 고작이었지만, 탁 트인 전망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즐기기에 딱 좋은 휴식처였다.

주민들은 “처음엔 사람들이 제법 찾아왔다. 풍광이 좋아 바람 쐬러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이곳은 관리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벤치는 앉으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정도로 썩을 대로 썩었고, 쓰레기 등이 곳곳에 나뒹굴고 있다.

공원이 점점 흉물로 변하면서 시민들의 발길도 점점 줄어들었고, 자연 기억에서 잊혀져갔다. 인근 마을주민들과 강태공들이 주로 찾는 동네 쉼터 역할만 하고 있다.

갈대숲도 을씨년스럽게 우거져 밤이면 가로등이 켜져 있어도 발길이 뚝 끊긴다. 밤바다 아베크족들이 낯 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소로 전락한지도 오래다.

주민들은 “잘만 가꾸면 관광자원으로도 개발할 수 있는 국보급 명소를 오랫동안 방치해 흉물단지로 만들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주민들은 “익산엔 갈 곳 없고, 볼 것 없다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이곳처럼 조금만 관심 갖고 가꾸면 시민 휴식처나 관광지로 발전할 곳이 많이 있다. 수변공원이 부족한 익산에서 이곳 유천배수장 공원은 그야말로 오아시스다. 천변에 산책길도 만들고, 불빛다리도 만들면 군산의 은파유원지처럼 유명 관광지가 되지 못할 것도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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