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동 막가파 아파트 공사로 '물난리'

27일 폭우 불어난 물 노부부 집으로 범람 피해 발생

집 곳곳 공사로 금가고 물도 먹어 무너질까 불안불안

김차현·김영자 부부의 딸이 침수피해난 창고에 들어와 물 먹어 부서진 연탄부스러기를 정리하고 있다.

송학동 학곤리 망기마을에 사는 김차현(81)·김영자(73) 부부는 지난 6월 26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쏟아지는 폭우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집 바로 옆 아파트 공사장에서 물이 점점 차올라 금방이라도 집을 덮칠 것만 같았기 때문. 뜬눈으로 밤을 새다시피 하며 조마조마했던 노부부는 아침 5시, 우려가 현실로 바뀌자 망연자실했다.

아파트 공사장 외벽 아래 틈바구니에서는 불어난 황톳물이 계속해서 집 앞마당으로 흘러 내렸다.

창고는 이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올 겨울 나려고 미리 사놓은 연탄이 물에 몽땅 젖어 무너져 내린 것. 노부부는 하나라도 건져서 말려 보려고 연탄에 손을 대는 순간, 마치 얼음 녹듯이 사르르 부서지는 바람에 손도 댈 수 없었다.

이날 하룻밤 사이 익산에 내린 비의 양은 102.7mm. 기록적인 폭우이긴 하지만 노부부는 “아파트 공사장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부부는 “집의 지대가 낮긴 하지만, 그동안은 어제보다 굵은 장대비가 쏟아져도 물난리 한 번 난 적 없었다.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후에는 물이 안 빠져 비만 오면 집으로 범람할까 겁부터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노부부는 “아파트 공사하기 전엔 우리 집 옆에 도랑이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 공사장 외벽을 설치하면서 도랑을 막아 버리는 바람에 공사장 내에서 불어난 물이 우리 집으로 넘쳐 물난리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부부의 주장을 뒷받침 하듯 이날 오후 3시, 비가 그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파트 공사장에 고인 물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노부부 집 바로 뒤 안까지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아파트 공사장 지하에 고인 물을 빼내는 호스에서도 연신 물이 흘러나왔다. 노부부는 “아파트 지하에 물이 계속 흘러드는 건지 마른 날에도 계속 물을 퍼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현장조사를 나온 익산시 관계자는 시공사 관계자를 불러 노부부가 다가올 장마로 침수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속히 집 옆에 배수로 설치 등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하지만 노부부는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그동안 아파트 공사로 인해 집 곳곳에 금이 간데다 이번에 집 하부가 물까지 먹어 가뜩이나 낡은 슬레이트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노부부는 “더 이상 불안해서 못 살겠다. 집에 금이 간 것과 이번에 침수피해까지 모두 보상하고 안전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노부부 집 옆에 신축 중인 아파트는 경기도 광주에 본사를 둔 A회사가 2000년에 짓다가 만 아파트 사업권을 사들여 2016년 3월부터 재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대지면적 5천648㎡에 지하 1층, 지상 14층, 총 117세대, 20평 형 임대아파트로 지난해 추석 후부터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공사가 잠정 중단돼 있다.

물 먹어 눈 녹듯 부스러진 연탄.

아파트 지하에선 계속 물이 차 호스로 물을 퍼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자료사진. 집 옆에 아파트 공사장 외벽이 높게 쳐 있다.

지난해 아파트 공사할 때 사진. 공사 진동으로 집에 금이 쩍쩍 가 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