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마을 전적 책임, 예산지원 못해”… 애물단지 전락 우려

한 마을 주민이 마을 CCTV 모니터를 가리키고 있다.

익산시가 주민들의 생활안전을 위해 설치한 ‘마을 CCTV’가 유지보수 사각지대에 놓였다.

해마다 CCTV 설치 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는데 유지보수가 되지 않는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익산시에 따르면, 7월 13일 현재 익산전역에 설치된 CCTV는 총 3천348대. 이중 마을에 설치된 CCTV는 전체 절반가량인 1천781대다. 올해는 총 106개소에 324대(도심 52개소 176대, 마을 54개소 148대)를 신규로 설치할 계획이다.

마을 CCTV는 ‘민간자본보조’로 설치해주는 것이어서 유지보수는 전적으로 마을 주민들이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는 마을은 거의 없다. 더욱이 농사로 바쁜 농촌마을은 CCTV가 고장 난 지도 모르는 곳이 허다하다. 사실상 관리에 손을 뗀 상황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현재 546개 마을의 CCTV를 점검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분기별로 점검하는데 CCTV가 설치된 경로당 등의 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아 점검이 어렵다. 특히 점검할 때 고장 난 지 한참 된 것도 발견된다. 자칫 마을에 무슨 변고가 생겼을 때 CCTV가 고장 나 제대로 사건파악을 못하면 큰 일 아니겠느냐”며 “주민들이 관심 갖고 유지보수 해야 하는데 아직 의식이 자리 잡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마을 CCTV 유지보수를 익산시에서 하는 것으로 아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

마을 CCTV를 설치할 때 ‘민간자본보조’여서 유지보수는 주민 스스로 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주지를 줬는데도, 막상 고장 나면 익산시에 의존하기 일쑤다.

의원 재량사업비로 마을에 CCTV를 설치해줬던 지역구 의원에게 “CCTV가 고장 났다”고 전화하면 그 의원은 익산시에 부탁할 수밖에 없고, 익산시는 CCTV 설치 업체에게 전달하는 식이 되풀이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CCTV설치 대수가 늘면서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데, 설치 업체에게 무상 수리 기간(2년)이 끝난 CCTV 고장 수리를 저렴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쉽진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고장 난 마을 CCTV를 수리하는 설치 업체도 죽을 맛이다. 수리가 끝나면 주민들이 ‘배째라’는 식으로 익산시 핑계를 대면 설치 업체는 고스란히 수리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모 CCTV 설치 업체 대표는 “계속해서 CCTV를 설치하려면 어쩔 수 없이 시와 주민들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수리비용을 달라고 하기가 참 애매하다”며 “설치 대수는 늘고 그만큼 공짜로 수리하는 일이 많아지면 회사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익산시가 마을 CCTV 유지보수를 맡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익산시가 자체 관리하는 CCTV 유지보수비 예산이 많은데다 ‘민간자본보조’로 설치한 마을 CCTV 유지보수비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 상위법에 예산지원 근거가 없어 조례 제정도 어렵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설명.

따라서 국가적으로 마을 CCTV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무분별하게 설치만 할 것이 아니라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 마을에 설치된 생활안전 CCTV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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